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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동네병원 닫으면 환자 어쩝니까” 의료공백 메우는 대구 개원의들

입력 2020-03-04 03:00업데이트 2020-03-0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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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비상]
가족들이 코로나 걱정에 말리지만 위급한 환자 제때 진료받게 해야
적자나도 환자 위해 병원문 열어
대구 중구에서 외과 의원을 운영하는 조창식 원장(왼쪽 사진)과 대구 수성구에 있는 가정의학과 의원의 김은용 원장 부부.
“집사람 좀 살려주세요!”

지난달 29일 대구 수성구의 한 내과 의원으로 중년 남성이 뛰어들었다. 남성은 식은땀을 흘리는 부인을 등에 업고 있었다. 한데 남성은 병원을 찾아 1시간을 헤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들이 문을 닫아서였다. 박언휘 원장(65·여)은 그날 “병원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 원장도 휴업을 고민했다. 가족은 출근을 말렸고, 병원 적자도 뻔했다. 한 환자에게 “열이 나니 선별진료소로 가라”고 했다가 고발도 당했다. 박 원장은 “그래도 환자를 보며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넘게 써서 너덜너덜해진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심각한 의료 공백에 빠질 위기에 처한 대구에서 피해를 감수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대구의 ‘동네 의원’들이 있다.

수성구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김은용 원장(50)과 정은정 원장(48·여) 부부는 지난달 2000여만 원의 손해를 봤다. 하지만 둘은 병원을 닫을 생각이 없다. 김 원장은 “당뇨나 고혈압 환자들은 종합병원에서 처방받지 못해 우리 병원에 온다”며 “코로나19와 싸우는 방파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중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제석준 원장(52)도 같은 마음이다. 제 원장은 지난달 27일 휴업을 준비했다. 그때 고혈압 환자 3명이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 며칠째 치료약이 없다며 처방전을 요청했다. 제 원장은 “몇 번씩 허리를 숙이던 환자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어떻게 문을 닫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의사들도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대구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전경숙 원장(51·여)은 “미열이 있다는 산모에게 ‘다음에 오라’고 한 적이 있다”며 “누군가를 치료하려고 다른 누군가를 돌려보내는 건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확진자를 진료했다가 2주 동안 격리됐던 조창식 원장(52)도 “일부러 방역복을 구했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겠다”고 했다.

식당들이 문을 닫으며 동네 의사들은 식사 해결도 어려워졌다. 환자들이 의사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한 일도 있었다. 3일 수성구의 한 내과는 80대 여성 환자가 직접 마련한 도시락을 싸왔다. 병원 관계자는 “2주 동안 라면으로 때웠는데 이런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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