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오리무중 29번 환자…“지역사회 감염 준비하라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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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7일 1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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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지난 16일 발생한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의 감염 경로가 불투명한 가운데, 지역사회 감염 시작의 신호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29번 환자 발생과 관련해 “이제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 코로나19 환자 중 가장 고령인 29번 환자(82세, 남성)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다. 또한 기존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감염 경로와 감염원이 불투명한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 위의 분들이 안심하는 얘기들을 조금 과도하게 하고 있어서 전문가들이 걱정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일단 의료기관들의 입장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감염을 준비할 때가 됐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분 자체가 중국 여행 이력도 없고, 그다음에 초기 증상이 오히려 심근 경색 증상에 가까웠다. 그래서 엑스레이와 CT를 찍었더니 폐렴이 확인됐던 분이었기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들이 이제는 ‘여행 이력만으로 환자를 보면 안 되겠구나, 폐렴이 있는 환자들도 같이 선별해서 검사해 봐야겠구나’라는 일종의 사인을 준 상황이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바로 이런 환자다. 중국 여행력이라든지, 아니면 확진자와의 접촉 등 이런 부분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는 부분을 저희가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라고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환자들로 인해서 우리나라 내에서 역학적 고리가 없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본격적인 확산기라고 보통 얘기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일단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신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판단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29번 환자의 아내 역시 코로나19 양성으로 확인되면서 국내 30번째 환자가 추가로 발생한 상황이다.

이 교수는 “발병 양상을 봐야 하는데, 29번 환자와 30번 환자가 동시에 감염된 형태인 건지, 29번에서 30번으로 넘어온 건지에 따라 (상황이) 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상황은 역할 조사를 아주 깊이 있게 진행해서 이 내막을 잘 밝혀내는 게 우리나라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의료기관의 대응 태세 강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학 병원 또는 종합 병원급 등 대형 병원들은 이런 환자에 대한 내원 준비가 잘 되어 있긴 하다”며 “그런데 의원급이라든지 중소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이런 병원들이 준비를 지금부터 빨리 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대응 방법 등 이런 것들을 정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이 이번 주 내내 열심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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