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빡빡이다’…경찰 간부 ‘인권 침해’ 발언에, 응원 댓글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14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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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도 ‘빡빡이’인데 열 받아서 머리카락 나겠다.”(경찰 A 씨)

최근 경찰 내부 게시판이 ‘인권 침해’ 논란으로 난리가 났다. 지난달 23, 30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마두지구대 소속인 류창민 경사(40)가 올린 글 때문이다. 류 경사에 따르면 그는 탈모가 심해 고민하다가 삭발을 했는데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에게 ‘외모 비하’ 발언을 들었다. 이 청장은 직원간담회에서 “왜 머리를 빡빡이로 밀었냐. 위압감을 주고 혐오스러우니 시정하라”고 했다고 한다.

류 경사의 글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며칠 사이에 1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내용이다. 위 댓글을 달았던 A 씨도 “나도 탈모를 겪고 있다”며 분노했다. 경찰 B 씨는 “미국은 머리카락 없는 경찰이 많던데, 그럼 미국 경찰은 다 혐오감을 주느냐”고 반박했다.

류 경사의 글에 힘을 얻었다며, 자신도 탈모로 고생한다고 ‘커밍아웃’하는 경찰도 적지 않았다. ‘나도 빡빡이다’라며 항의에 동참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경찰은 “(탈모가 혐오라면) 차라리 가발을 경찰 보급품으로 지급해 달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은 “탈모 인구 100만 시대에 20, 30대 탈모인도 많다”고 짚었다.

가벼운 에피소드로 비칠 수 있지만, 경찰이란 조직이 얼마나 경직됐는지 보여주는 사례란 의견도 적지 않다. 외부적으로는 ‘인권 경찰’을 강조하면서 정작 내부 구성원의 인권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도 “남의 신체적 아픔을 혐오라 부르면서, 시민 인권은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당함을 겪어도 속으로 삭이던 경찰 내에서 이런 용기 있는 목소리가 나온 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류 경사는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빡빡이가 혐오스럽습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청장은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당사자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하지만 국민을 대하는 경찰관의 용모는 단정해야 한다는 뜻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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