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돼지저금통 등 20년간 6억7천만원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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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31일 14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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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 베푼 선행은 6016만3210원이었다. 이로써 이 천사가 20년 동안 기부한 돈은 총 6억6850만3870원으로 늘어났다.

31일 전주시에 따르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날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놓고 간 종이박스 안에는 6000만원어치 5만원권 묶음과 16만3210원이 든 저금통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 6016만3210원의 선행을 베푼 것이다.

이 돈은 전날 30대 남성 2명에 의해 도둑질을 당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경찰에 의해 모두 회수됐다.

이로써 천사가 2010년부터 20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6억6850만3870원으로 늘어났다.

2000년 시작된 천사의 기부는 올해까지 총 21차례 이뤄졌다.

천사가 처음 나타난 날은 2000년 4월3일이었다. 이날 노송동 주민센터(당시 중노송2동사무소)에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돼지저금통을 놓고 갔다. 누군가 초등학생을 시켜 돈을 전달한 것이었다.

돼지저금통 안에는 58만4000원이 들어 있었고, 그 돈은 어려운 이웃 12세대에 연탄과 쌀로 지원됐다.

2001년 12월6일에는 20대 초반 여성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로 ‘동사무소 앞 화단에 이웃돕기성금을 놓아뒀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성금은 742만8000원었다.

이때부터 매년 연말이면 어김 없이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월드컵이 열린 2002년 5월4일에는 40대 남성의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왔다. ‘장애인도움 벨 옆에 어린이날(5월5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라’는 내용이었다. 성금은 100만원이었다.

같은 해 12월24일에는 60대 남성의 목소리로 ‘동사무소 앞 공중전화부스에 이웃돕기 성금을 놓아 뒀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2003년 12월24일에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로 ‘공중전화부스에 성금을 놓아 뒀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성금은 536만7330원이었다.

이어 2004년 12월22일 545만8420원, 2005년 12월26일 1045만5180원, 2006년 12월21일 851만3110원 등 연말 기부는 해를 거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를 ‘얼굴 없는 천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2007년 12월27일 2029만8100원, 2008년 12월23일 2038만1000원 등 천사의 선행을 계속됐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려 2009년 노송동 주민센터 옆에 ‘얼굴 없는 천사’ 기념비를 설치했다. 천사는 그해 12월28일 주민센터 인근 담장에 8026만5920원을 놓고 가면서 선행을 멈추지 않았다.

전주시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그에게 ‘전주시민의 장’을 준 2010년에는 3584만900원을 기부했고, 전주시가 ‘천년전주 천년사랑 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한 2011년에는 5024만2100원을 놓고 갔다.

2012년에는 5034만4600원, 2013년에는 4924만6640원, 2014년에는 5030만4390원, 2015년에는 5033만9810원을 기부했다. 2015년 전주시는 주민센터 옆에 기부천사 쉼터를 만들었다.

천사는 2016년에는 5021만7940원을, 2017년에는 6027만9210원을, 지난해에는 5020만1950원을 놓고 갔다.

기부 20년째인 올해는 6016만3210원을 놓고 사라졌다.

이렇게 해서 얼굴 없는 천사가 2000년부터 올해까지 20년 동안 기부한 금액은 총 6억6850만3870원이 됐다. 가장 많이 기부한 해는 2009년으로, 8026만5920원이었다.

그가 기부한 돈은 지금까지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4815세대에 10만~30만원의 현금이나 쌀, 연탄, 난방유 주유권 등으로 지원됐다.

전주시는 천사벽화를 조성한 데 이어 그에게 ‘초아의 봉사대상’을 줬다. 얼굴 없는 천사를 100년 후 전주의 보물이 될 것이라는 취지에서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10월4일을 ‘천사(1004)의 날’로 정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천사길사람들이라는 마을공동체도 만들었다. 노송동은 이제 ‘천사마을’로 불리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전주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인해 따뜻한 천사의 도시로 불려왔으며,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이 익명으로 후원하는 천사시민들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면서 “얼굴 없는 천사와 천사시민들이 베푼 온정과 후원의 손길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논산과 유성에 사는 30대 2명은 최근 노송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잠복을 하다가 전날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종이박스를 들고 달아났다.

이들은 달아난 지 4시간여 만에 논산의 한 도로에서 경찰에 붙잡혀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가까운 전주완산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이 시기에 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현재 컴퓨터 수리점을 하고 있는데, 한 곳을 더 열기 위해 돈이 필요해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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