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사상케 한 모텔 방화범, 실질심사 앞서 ‘묵묵부답’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4일 10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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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 진술 반복…보강 조사 방침"

광주의 모텔에 불을 질러 투숙객 33명을 사상한 30대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향했다. 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방화범은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24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를 받는 A(39)씨를 호송차에 태워 광주지법으로 향했다.

A씨는 외투·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호송차에 올랐다.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5시45분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모텔에서 자신이 투숙하고 있던 3층 객실에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질러 2명을 숨지게 하고 31명을 다치게 한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일 자정께 사흘치 숙박비를 지불한 뒤 입실했고, 방화 뒤 침대를 화장지·이불로 덮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길이 커지자 A씨는 한 차례 대피한 뒤 객실에 되돌아가 짐을 챙겨 빠져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의 객실이 집중적으로 타고 그을린 점을 토대로 모텔 안팎 폐쇄회로(CC)TV를 분석, 병원 치료를 받고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범죄심리분석관·경찰 조사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진술만 반복했다.

A씨는 “남성 4명이 여성 2명을 해코지하려 했다. 남성 4명이 (자신이 머물던) 모텔 객실로 들어왔다가 1명을 제외하고 나갔다. 1명의 얼굴을 보려고 라이터로 불을 켰다”는 등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불을 지른 모텔을 찾기 전 지역의 다른 숙박업소에 들러 헛소리를 반복했고, 숙박비를 환불받고 쫓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가 최근 수년간 지역 모 오피스텔에서 은둔 생활을 했으며, 정신장애 진단을 받은 적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 전날부터 환청을 들었다”는 A씨의 진술로 미뤄 정신 감정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객실 문을 다시 열면서 외부 산소가 추가로 공급돼 불길이 크게 번진 것으로 보인다. A씨가 객실에 되돌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또 “A씨 진술의 신빙성이 크지 않은만큼, 보강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동기 파악에 주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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