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해상서 두시간 버틴 선원 “큰 파도에 배 기울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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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전복된 근해 장어잡이 연승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에 승선했다가 구조된 기관장 이모씨(39)가 해경 기초조사에서 사고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19.11.25 /뉴스1© News1
25일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전복된 근해 장어잡이 연승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에 승선했다가 구조된 기관장 이모씨(39)가 해경 기초조사에서 사고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19.11.25 /뉴스1© News1
25일 제주 마라도 남서쪽 해상에서 전복된 장어잡이 어선이 작업을 하러 가던 중 파도에 휩쓸려 사고가 발생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이날 오전 제주 마라도 남서쪽 87㎞ 해상에서 전복된 근해 장어잡이 연승어선 창진호(24톤·통영선적)에 승선했다가 구조된 선원들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제주시 한 병원에서 진행된 기초조사에서 기관장 이모씨(39)는 “바다에 뿌린 낚시줄을 걷으러 가던 중 큰 파도로 어선이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이씨에 따르면 큰 파도와 함께 바닷물이 한꺼번에 창진호 선실 내로 들어오면서 어선이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사고 당시 바람도 많이 불고 파도도 높게 쳤다”며 “평소보다 훨씬 많은 물이 배로 들어왔고 냉장고 등이 다 넘어가 이상해 나가보니 배가 기울어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선 침수 직후 선원들은 구명조끼를 꺼내 입었으며 어선에 하나 있던 구명벌(구명보트)을 이용하려고 했으나 작동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선장 황모씨(61)는 어선 침몰 직전까지 조타실에서 계속해서 통신을 통해 구조요청을 보냈다. 황씨는 이날 오전 구조돼 제주시 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한시간 가량 90도 가까이 기울어진 채로 버티던 어선은 결국 전복됐고 이와 동시에 선원들이 바다로 휩쓸려갔다.

이씨는 “파도에 결국 배가 넘어가면서 바다에 빠졌다”며 “이제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만 들더라”라고 말했다.

바다로 떠내려간 선원 가운데 5명(한국인 2·외국인 3)은 배에 실려있던 구명환을 잡고 있었다. 이씨는 2시간 이상 부표를 잡고 해상에서 표류하다가 해경으로부터 구조됐다.

해경에 따르면 선원 4명은 뒤늦게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 구명벌에 올라탔다가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선원의 목격에 따르면 선원 2명은 침몰 직전 선실로 들어갔으며 이 중 최모씨(66)는 끝내 탈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현재 실종 상태다.

이씨는 동료 선원의 사망 및 실종 소식에 “10여 년간 함께 생활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전 6시5분쯤 창진호는 최초 신고를 통해 침수 사고 소식을 알린 뒤 35분 후 배가 뒤집어질 것 같다는 마지막 교신을 했다.

선원 14명 가운데 13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3명이 사망했다. 1명은 실종됐다.

해경은 항공기 9대와 경비함정 4척, 민간어선 4척 등을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현재 사고해역 인근 해상은 초속 19m의 북서풍이 불고 파도가 4m로 높게 일고 있다.

지난 16일 전라도 완도항에서 출항한 창진호는 26일 통영항에 입항할 예정이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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