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지’ 대자보 훼손 안된다…온라인 레넌벽 등장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25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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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페이스북 페이지 개설, 익명으로 접수
대학가 대자보·레넌벽 훼손 행위 중단 촉구
운영자, 中폄하 경계…"혐오 발언 게시안해"

홍콩 시위에 연대하는 의미로 설치된 ‘레넌벽’(Lennon wall) 훼손·철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레넌벽’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25일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곳에 ‘한국 홍콩시위 레논월-Hong Kong Protest Lennon Wall in South Korea’이라는 페이지가 개설됐다. 이 페이지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응원 메시지를 익명으로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후 현재까지 50여개의 메시지가 게재됐다.

이 페이지에서는 ‘홍콩을 응원합니다. 자유를 꼭 쟁취하시길 빌겠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지길 기원합니다’ 등 한국어 메시지뿐만 아니라 영어와 중국어로 작성된 글도 다수 볼 수 있다.

‘온라인 레넌벽’은 최근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잇달아 레넌벽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를 위해 만들어졌다.

운영자 A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의 대자보나 레넌벽이 주로 오프라인 중심으로 설치되는 것 같았다”며 “오프라인에서 훼손 사례가 많이 보도돼 온라인이 훼손에 덜 취약할 것 같다고 판단해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익명으로 제보를 받는 대학별 ‘대나무숲’ 페이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일반 한국 시민’이라고만 소개한 A씨는 홍콩을 지지하는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며 오프라인에 직접 레넌벽을 설치한 적도 없다고 전했다.

A씨는 대학가 등에서 자행되는 레넌벽 훼손 행위에 대한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레넌벽을 훼손하는 행위가 문제시 되는 이유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견을 어떻게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끊임 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A씨는 온라인 레넌벽의 의의로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홍콩 시민들과의 소통이 용이하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 본토가 페이스북에 대한 통제가 강한 반면 홍콩은 상대적으로 페이스북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대학 캠퍼스 내·외부를 연결한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대자보와 레넌벽 대부분이 대학 내에 설치돼서 외부 시민들과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온라인은 이를 뛰어넘어 많은 시민들이 홍콩 문제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상의 레넌벽 훼손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라는 의미도 있다. 일부 중국인 학생이 홍콩 문제는 ‘중국의 문제’라며 한국인들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논의는 민주 시민의 권리이며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이다.

운영자는 중국인 전체를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것에 대한 경계도 나타냈다. 이 페이지에는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지나친 혐오 발언은 검토 결과에 따라 게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 문구가 있다.

A씨는 “아직 (중국인에 대한) 혐오 발언은 없었다”며 “앞으로도 없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 중 중국을 무조건 적으로 나쁘게 표현하거나, 중국학생들을 지칭하는 폄하적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 직접 레넌벽을 조성한 이상현 ‘홍콩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활동가는 “온라인 레넌벽 개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오프라인 레넌벽을 대체하는 개념보다는 메시지를 (저장하는) 아카이브 및 공유 기능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레넌벽을 유지하는 합리적인 보호책 대신 철거로 대처하는 대학 측의 조치는 우리 사회에서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허무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 명백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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