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다크웹 거래마약 900종 넘어… 한국도 공항만 지켜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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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마약범죄사무소 테티 실장 “韓 마약값 일정, 다양한 공급처 때문”
美-獨 수사기관 공조로 사이트 폐쇄

“다크웹에선 900종이 넘는 신종 마약이 국경도 없이 거래됩니다. 한국도 공항만 지켜선 안 됩니다.”

저스티스 테티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실험과학실장(52·사진)은 2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다크웹의 등장으로 인해 달라진 마약 거래 환경을 따라잡아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테티 실장은 UNODC에서 11년째 국제 마약범죄 감시와 마약 성분 분석을 맡고 있는 전문가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다.

테티 실장은 “다양한 마약이 과거와 달리 kg이 아닌 g 단위로 거래돼 적발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선 공항 수하물에서 마약이 든 소포를 찾는 옛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것은 각국 수사기관이 다크웹에서 활동하는 마약상에 대한 첩보를 교환하고 근원지를 함께 차단하는 방식이다. 올 4월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등의 수사기관이 연합해 대형 마약 판매 사이트인 ‘월 스트리트 마켓’을 폐쇄한 게 그 예다.

테티 실장은 한국에서 최근 수년간 필로폰 시세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필로폰 도매가는 2011년 이후 g당 300만 원 안팎으로 일정하다. 테티 실장은 “마약 단속이 강력하게 이뤄지는 나라에선 위험 부담 때문에 마약상이 가격을 올리게 마련인데, 그렇지 않다면 가격 경쟁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제 마약상들이 ‘신흥 시장’인 한국을 공략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뜻이다.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우려가 높아진 ‘물뽕’에 대해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에서 압수된 (물뽕의) 총량은 전 세계에서 압수된 것의 0.1%도 되지 않는다”라면서도 경각심을 풀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물뽕은 복용 후 체내에서 빠르게 사라져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한국의 수사기관이 ‘빙산의 일각’만을 찾아낸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테티 실장은 마약상을 단속하는 것 못지않게 마약 중독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재활 및 치료시설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아형 abro@donga.com·조건희 기자

#다크웹#마약#저스티스 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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