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폭주·끝장문답·압수수색…조국의 ‘20년 같은 3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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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3일 1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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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이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19.9.11/뉴스1 © News1
조국 법무부장관이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2019.9.11/뉴스1 © News1
“지난 한 달이 10년, 20년 같았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했을 당시 이같이 말하며 짙은 피로감을 드러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 단계에 이르기까지 거쳐야 했던 갖은 논란의 흔적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말이다.

13일을 기해 조국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36일, 취임해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5일째를 맞았다. 조 장관은 지명 소감부터 취임사, 두 차례의 지시에 이르기까지 ‘검찰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재판을 앞두었고 가족과 지인들이 비위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는 등 검증 국면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 이후 조 장관의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연루 사건, 논문 표절 의혹, ‘회전문 인사’ 논란 등을 둘러싸고 산발적으로 전개되던 검증 국면은 정 교수 소유의 부산 해운대 아파트를 동생의 전 부인에게 매매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이어 조 장관 가족이 신고 재산보다 많은 금액을 사모펀드에 약정했는데, 해당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가 조 장관의 5촌 조카로 알려진 만큼 투자 경위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조 후보자 일가가 운영하는 웅동학원의 ‘채무 면탈’ 의혹도 비슷한 시기에 제기됐다.

검증 국면에 기름을 부운 것은 조 장관 딸의 특혜 및 부정입시 의혹이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중 2차례나 유급을 하고도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고, 한영외고 재학 중 2주간 인턴을 하고 단국대 의대 논문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는 등의 사실이 언론을 통해 터져나왔다.

평소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강조하던 조 장관이 탈법 또는 편법적인 방식으로 자녀 입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조 장관은 지난달 20일 아동성범죄자 일대일 전담보호관찰, 정신질환 범죄자 치료, 스토킹처벌법 제정 및 가정폭력법 개정 등의 내용을 담은 정책 비전을 후보자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발표하며 국면 전환을 꾀했다.

또한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상세한 경위, 배경 등 실체적 진실은 국회청문회서 성실히 답변하겠도록 하겠다”고 답하는 등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조 장관의 모교인 서울대, 조 후보자 자녀의 모교인 고려대에서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재학생·졸업생의 촛불집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논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조 장관은 같은달 23일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 금액을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재단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비판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야가 진통 끝에 지난달 26일 조 장관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9월2~3일)에 합의했지만 이튿날(8월27일) 검찰이 20여곳에 달하는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전격 돌입하며 조 장관 관련 의혹은 본격적인 수사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법정기한(9월2일) 내 확정되는 듯했던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 일정은 가족 증인 채택 문제로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조 장관은 당초 ‘국민 청문회’라는 이름으로 검토했던 것을 ‘대국민 기자간담회’로 바꿔 지난 2일 국회에서 약 11시간 동안 ‘끝장 문답’을 진행하며 정면돌파를 꾀했다. 조 장관의 끝장 기자회견은 임명 찬성 여론을 결집시키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다.

그러나 조 장관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 지원했을 당시 제출했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이 터지며 또 다시 여론이 요동쳤다.

법정기한을 넘긴 만큼 문 대통령이 곧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야가 전격적으로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지난 6일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검찰이 조 장관 인사청문회 종료를 1시간여 앞두고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 인사청문회는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마무리됐다. 야당은 정 교수가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자 조 장관의 사퇴를 더욱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도 지난 9일 이례적으로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생중계하며 조 장관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조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을 마무리 짓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조 장관은 결국 장관으로 지명된지 정확히 한달(31일)만에 법무부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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