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 ‘타이밍 기술’ 필요하다[동서남북/강정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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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정치에선 시의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정치를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한다. 권력은 타이밍의 기술이란 말도 있다. 몇 년 전 문재인의 성공한 타이밍과 손학규, 안철수의 반대 상황이 비교되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요즘 “공감력이 전만 못하고, 타이밍도 더러 놓친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의 영향일지 모른다. 지루한 법정출석과 법리다툼의 부담이야 오죽할까.

지난달 말 도청 직원이 ‘직장 내 갑질’을 암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후 김 지사 행보와 관련해 공무원노조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경남도의 초기 인식과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본 것이다. 진상조사 이후로 미룬 유족 위로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래저래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느낌이다. 계선 조직의 소극적 보좌, 정무라인의 무딘 감각도 도마에 올랐다.

김 지사는 토론회, 워크숍을 좋아한다. 방향을 중시하는 그를 나무라긴 어렵다. 다만 속도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된다. 김 지사가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도청 주변에선 피로감에 대한 호소가 늘고 있다. 인간적 유대와 공감대 형성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세상사가 어디 이성(理性)으로만 움직이던가. 시의적절하고 살가운 소통이 곧 비타민이다.

최근엔 ‘흔적 지우기’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다. 일부에서 홍준표 전 도지사가 2015년 7월 도청 광장 ‘화합과 상승의 탑’ 앞에 설치한 ‘브라보(Bravo) 경남’ 슬로건 표지석을 정비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묘안이 없어서다. 브라보 경남은 2017년 봄 홍 전 지사 중도사퇴 이후 사실상 용도 폐기됐다. 지금은 김 지사의 ‘함께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경남’만 문서와 행사에 쓰인다. 필요하면 슬로건은 바꿔도 된다. 문제는 시기다. 김 지사가 취임하고 1년 이상 경과한 시점이어서 “뜬금없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지사와 지지자 반발도 예상된다. 역시 타이밍을 놓친 셈이다.

김 지사는 평소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강조한다. 예전과 달라지자는 외침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다. 홍 전 지사 시절, 민주당이 막아내지 못한 진주의료원 강제폐업과 이어진 경남도 서부청사 개청의 후유증은 ‘진행형’이다. 도청 안팎의 의견을 모아 적폐 청산을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게 혁신이다. 또 산하 기관장과 정무직을 포함한 인사 쇄신도 혁신의 연장선이다. 타이밍을 잘 잡아 처리해야 할 이런 현안이 들보라면 표지석 따위는 티끌에 불과하다.

운동이든 정치든 본질에 다가서려면 힘을 빼고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가 대통령 측근, 잠재적 대선후보 같은 거추장스러운 외투를 벗어던지고 ‘경남도지사 김경수’로서 책무에 전념해야 하는 이유다. 보좌진도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 도와 도민의 미래를 잘 설계한 ‘훌륭한 도지사’를 우선 만들고 볼 일이다. 물론 항소심 재판 대응도 중차대하다. 대선은 그 이후다. 정치나 인생이나 결국은 타이밍이다.

강정훈·부산경남취재본부 manman@donga.com
#타이밍#김경수#경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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