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가족들 부양만 하다가”…‘목동 수몰사망’ 60대 가장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31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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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구조 관계자들이 수색 구조작업을 하기위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7.31/뉴스1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에서 근로자 3명이 고립된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서 구조 관계자들이 수색 구조작업을 하기위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9.7.31/뉴스1
31일 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일하다 자동개폐 수문에서 쏟아진 물에 휩쓸려 사망한 구모씨(65)의 동생 A씨(59)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형님이 가족들 먹여살리느라 고생만 하셨다. 늘 일만 열심히 하던 분이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서울 양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쯤 서울 목동 안양천 인근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인부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에 나섰고 3명 중 유일하게 구조된 구씨는 오전 병원에 이송된 지 30여분만인 오전 11시2분 사망했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이대목동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씨의 동생 A씨는 “오전에 형수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씀을 듣고 왔다. 사고가 났다고 하길래 차를 타고 가다 미끄러진 줄 알았는데 현장에서 난 사고였다”고 말했다.

구씨는 2남4녀 중 장남으로, 어려서부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왔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형님은 죽으나 사나 일만 하셨다. 쉬면서 편하게 하라고 해도 열심히 하고, 쉬는날도 연락 받으면 나갔다”면서 “인간적으로 불쌍하다. 어려서부터 가족들 먹여살린다고 고생하다가 마흔 넘어서야 독립했다. 인간적으로 불쌍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구씨를 비롯한 인부 3명은 오전 7시10분쯤 시설점검을 위해 펌프장 빗물저류시설 터널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날 아침 서울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터널 초입부분과 중간부분 등에 연결된 수직구 2개가 자동으로 열리면서 빗물이 들이닥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수문이 열린다는) 얘기만 들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저런 일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건데 준비가 안 됐다는 것 자체가 정말 답답하다”며 아쉬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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