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우울증의 비극… 60대 가장, 환각에 빠져 부인-딸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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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직장 잃은 뒤 증세 심해져, 아내 불륜 의심… 딸까지 찔러

정신 질환을 앓던 60대 실직 가장이 아내와 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환청에 따라 이틀 동안 화장실에 머무르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 마산동부경찰서는 10일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이모 씨(60)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7일 오전 8시경 창원시 마산회원구 자택에서 아내 오모 씨(56)와 딸(29)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의 범행은 아내의 직장 동료로부터 “오 씨가 이틀째 출근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연락을 받은 친척이 9일 이 씨 집을 방문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이 씨는 자택 화장실에 있었다. 아내와 딸은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채 숨져 있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떤 남자가 아내, 딸과 함께 연애하는 것을 목격해서 그랬다. 지금 생각해 보니 환청과 환시였다”며 “5월 실직한 뒤 변변한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아내가 다른 남자와 혼인하지 않을까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범행 직후 몇 차례 자해를 시도하다 ‘화장실에 있어라’는 환청을 듣고 그대로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10년 전 우울증 증세로 치료를 받았다. 보름 전에는 불면증, 식욕부진 등 증세가 심해져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소심한 성격의 이 씨가 실직 이후 우울증이 악화되면서 심한 환각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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