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머핀-오렌지주스-수제소시지-바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3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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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파업 첫날… 수원 한 초등교 1학년 대체식
돌봄교실 부족한 인원은 교사들이 대신해

“오늘 점심은 머핀과 오렌지 주스, 수제소시지, 바나나에요. 1분단부터 차례로 나오세요.”

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3일 정오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1학년3반 교실.

이 학교 조리실무사 12명 가운데 9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하면서 점심 대체식을 받아든 아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평소와 다른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고, 즐기기도 했다.

평소였으면 건물 2층 500석 규모의 급식실에 식판 들고 줄지어 서 있을 시간이지만, 이날은 교실에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올해 3월 입학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늘은 급식실 선생님들이 쉬어서 밥 대신 머핀 먹어요. 내일은 제일 좋아하는 카스테라가 나온대요.”

미리 준비한 식판에 받아든 어린이들은 대체식을 먹으며 짝꿍과 재잘 거리는 사이 어느새 점심 시간이 끝났다.

이 학교는 총파업 예고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7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를 열어 급식 대책을 마련했다.

회의에서 영양소 등을 고려한 대체 식단도 정했다. 파업 이틀째인 4일은 카스테라, 요구르트, 딸기설기, 귤, 우유, 5일은 마들렌, 무지개떡, 자몽쥬스, 치즈스틱, 우유 등이다.

대체식은 1~6학년, 특수학급 등 모두 53개 학급 1542명에게 똑같이 제공한다. 고학년생은 대체식이 부족할 수 있어 등교 전 아침식사를 하고, 간식을 챙기라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안내했다.

학교는 또 각 가정에 보낸 가정통신문에서“학교 비정규직 연대회의와의 임금교섭 타결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쟁의행위(파업)에까지 이르게 된 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파업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노동조합활동”이라고 안내했다.

이 학교 교감은 “전에도 파업으로 대체식을 제공했었지만,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 등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노동자의 권리라고 안내했고, 학부모도 당연한 것으로 대부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 밥이 문제여서 엄마들과 도시락 쌀지, 학급 차원에서 단체 주문을 할지 등을 고민했다. 사고 등 여러가지 사안을 고려해 학교에 맡기기로 했다”며 “아이들 끼니 문제 외에는 다른 불편이나 걱정은 없다”고 했다.

이 학교는 다만 학생들에게 파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은 자제하기로 교사 회의에서 정했다.

자칫 선입견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데 학생들이 물으면 “노동자의 권리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하는 쟁의행위” 정도로만 설명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파업 기간 대체식을 제공하지만, 돌봄 교실은 정상대로 운영한다. 초등보육 전담사 4명 가운데 절반이 파업에 참여하지만, 부족한 인원을 교사가 채워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도교육청은 파업 첫날인 이날 경기지역 학교 조리 종사자, 초등보육 전담사 등 교육공무직원 3만6296명 가운데 16.4% 수준인 5963명이 파업에 참가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 파업 참가를 위해 연가와 병가 등을 낸 인원까지 포함하면 6500명(18.0%)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병설유치원을 포함한 도내 전체 학교 2260개교 가운데 845개교(37.4%)가 대체급식을 제공하는 등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수원=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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