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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가장’ 덮친 음주뺑소니…붙잡은 범인도 ‘여성가장’
뉴시스
입력
2019-06-11 13:12
2019년 6월 11일 1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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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일 음주뺑소니 혐의로 구속 기소
피해자는 홀어머니 모시던 '30대 청년가장'
가해자도 홀어머니·오빠 대신 생계 책임져
11일 오전 10시 서울동부지법 204호 법정, 하얗고 앳된 얼굴에 머리를 높이 치켜 묶은 20대 여성이 옥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 석에 들어와 앉았다.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던 이 여성은 잠시 일어나라는 재판부의 말도 듣지 못해 허둥지둥하다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젊은 여성은 지난달 2일 새벽 1시40분께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한 도로 가장자리에서 택시를 잡던 남성 A씨(30)를 차로 치고도 멈추지 않고 도망친 혐의로 이날 첫 재판을 받은 심모(29)씨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서울 왕십리역 인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직원으로 홀어머니와 살던 청년가장인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A씨는 뇌출혈과 안면 전체 골절, 장기 손상 등 심각한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얼마 전 일반병실로 내려왔으며, 현재 의식 잃었다 찾기를 반복하는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깨어나도 뇌사 가능성이 있을만큼 부상이 심각하다. 한 가정이 파탄날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 심씨와 변호인은 검찰이 기소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씨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 ‘심씨가 피해자의 사상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의견서 수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심씨에게 “피고인이 직접 의견을 밝혀달라. 범행을 인정하고 재판을 받으려는 것인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억울한 마음이 있는 것인가”라고 재차 묻기도 했으나 심씨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일 뿐 어떤 답도 하지 못했다.
심씨는 재판 중간중간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듯 입을 앙 다문채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나고도 교도관의 안내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모습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젊은 피고인의 혼란이 그대로 드러났다.
변호인은 “피고인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 못해 양해해달라는 취지일 뿐 혐의는 모두 인정한다”고 대신 입장을 전했다. 재판 후에는 “음주운전이나 음주 전과가 전혀 없던 피고인이 한 번의 실수로 재판까지 왔으니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경찰과 변호인에 따르면 심씨 역시 홀어머니를 모시던 20대 가장이었다. 별다른 경제 활동이 없던 오빠 대신 동대문에서 12년간 디자이너로 일해 온 심씨가 집안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의 실수가 어려운 삶을 살던 두 사람 모두의 삶을 망가뜨린 것이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사고 직후 사고 현장의 차량 파편과 목격자 진술 등으로 용의차량을 특정한 뒤 성동구청 CCTV 관제센터 직원 3명, 파견 경찰관 1명과 함께 영상 분석을 실시했다.
이후 우측 안개등이 꺼진 채 운행하는 범행 차량을 발견, 이동경로를 추적해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던 심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심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67%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심씨는 경찰조사에서 “서울 중구 신당동 중앙시장에 위치한 횟집에서 지인들과 회식을 하고 차 안에서 1시간 가량 잠을 잔 후 술이 깼다고 생각해 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거 초반 “물건을 친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후 사람을 쳤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음주운전) 혐의로 지난달 16일 기소돼 이날 첫 재판을 받았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법률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할 경우 1년 이상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도주치사 법률에 따라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심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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