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바다 ‘미세플라스틱 역습’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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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硏 미세플라스틱 콘퍼런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흑해에 인접한 192개국은 2010년 기준 25억 t의 고체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 중 플라스틱은 2억7500만 t에 이르고 여기서 약 800만 t은 해양으로 유입된다. 해안에서 30마일(약 48km) 이내에 사는 20억 명이 1억 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다.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태평양과 대서양, 인도양, 지중해, 흑해에 인접한 192개국은 2010년 기준 25억 t의 고체 쓰레기를 배출한다. 이 중 플라스틱은 2억7500만 t에 이르고 여기서 약 800만 t은 해양으로 유입된다. 해안에서 30마일(약 48km) 이내에 사는 20억 명이 1억 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한다.
지난해 8월 29일 제주도에서 방류된 붉은바다거북이 불과 10일 만에 충남 보령 인근 바닷가에서 사체로 발견되면서 큰 충격을 줬다. 바다거북의 장 속에서는 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수 발견됐다. 한반도 주변 바다도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자연의 경고’였다. 이달부터 국내 대형마트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되는 등 사회 곳곳에서 플라스틱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대전 유성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에서 열린 ‘2019 KRIBB 이슈 콘퍼런스: 미세플라스틱 연구동향’에서는 플라스틱 공해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연구 성과가 공개됐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장은 낙동강에서 남해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양이 연간 53 t으로 개체수로는 약 1조2000억 개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한반도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이 제한적이지만 구체적으로 분석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는 인구가 많은 남동해안 주변이 인구가 적은 동해안이나 서해안 지역보다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발견된 플라스틱 중 86%가 3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국내 연안에서 얻은 123개의 시료를 분석해 해양 표층과 중층, 심층의 플라스틱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다.

일단 자연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현실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워 예방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는 것처럼 인간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 소장은 “2016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어드밴시스 논문에서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약 8%에 불과한데 국내 재활용률은 이와 유사한 9%에 그친다”며 “약 59%의 플라스틱이 폐기 처분되는데 최근 해양생물 사례에서 드러난 플라스틱 문제는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아프리카 가나 해변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아프리카 가나 해변에 플라스틱 폐기물이 쌓여 있는 모습. 위키미디어 제공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생명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도 공개됐다. 정진영 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생물학적인 특성이 인간과 유사한 어류인 제브라피시 몸속에 1μm 이하의 초미세플라스틱이 흡수될 경우 세포 호흡과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10일 학술지 ‘나노스케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버려진 플라스틱이 생명체와 환경에만 유해한 게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내 연구진의 분석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심 소장은 “2011년 한 해 동안 국지성 폭우와 태풍의 영향으로 남해연구소가 있는 거제도에서만 플라스틱 쓰레기로 3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초기 수준이긴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의 주 재료 중 하나인 폴리에틸렌(PE) 분해 효소를 발견하고 6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류 센터장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효율적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미세플라스틱#생명공학#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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