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정재락]갑갑한 울산시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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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시미래비전위원회가 사연댐 철거를 울산시에 제안한 것은 지난달 22일. 선사 문화유산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의 침수를 막기 위해 암각화 하류에 있는 사연댐을 철거하자는 것이다. 사연댐은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건설됐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시민에게 공급된 생활용수 가운데 울산의 댐에서 취수한 물은 총 1억1026만 t. 이 중 대곡댐을 포함해 사연댐 취수량은 44%인 4801만 t이다. 최근 10년간 이 비율은 비슷했다.

사연댐 철거는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수시로 주장해온 암각화 보존 방안이다. 하지만 댐 철거 이후의 생활용수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무산됐다. 웬만한 울산 시민들은 이 같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다. 미래비전위원회는 “단기적으로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해 암각화 침수를 막고 장기적으로 경북 영천댐 취수 등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철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미래비전위원회는 시 조례에 따라 102명으로 구성된 시의 정책 자문기구다. 이 위원회의 사연댐 철거 제안 회의에는 송철호 울산시장도 참석했다. 시도 이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1일에는 한 문화단체가 울산시청에서 이 제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회견을 열었다. 사연댐 철거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시는 아직 공식적인 설명이 없다.

갑갑한 울산 시정은 이것뿐 아니다. 정부가 1월 발표한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에 울산에서는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선정됐다. 시 전역에 환영 플래카드와 입간판이 내걸릴 정도였다.

하지만 외곽순환고속도로 25.3km 구간 가운데 고속도로는 14.5km뿐이고 10.8km는 대도시권 혼잡도로로 시가 사업비 2600억 원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가 자랑한 전액 국비 부담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반쪽 위기, 몰랐다면 무능, 거짓말 했다면 사기’라는 자유한국당 소속 한 지방의원의 성토가 있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다.

시가 야심 차게 도전했던 제2축구종합센터(NFC)도 마찬가지다. 울산을 제치고 2차 관문을 통과한 8개 도시는 모두 기초자치단체들이다. “축구협회에 포진해 있는 울산 출신 인사들이라도 제대로 활용했더라면 이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송 시장은 취임 직후 ‘시민신문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민과의 소통 강화가 주목적이다. 하지만 자문기구가 제안한 사연댐 철거 수용 여부와 용수 확보 대책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외곽순환고속도로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제2NFC는 왜 유치에 실패했는지 등등에 대해 한마디 말도 없다. 여론조사 기관의 17개 광역단체장 직무수행평가에서 송 시장이 줄곧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송 시장의 이런 불통(不通) 때문이라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울산시미래비전위원회#사연댐 철거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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