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교학사의 한국사 참고서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비로 비하하는 합성사진이 실린 것과 관련,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신주백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연구교수는 22일 YTN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사진을 실었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먼저 그는 “검색을 해보니까 논란이 된 사진은 작년 1월에 일베에 올라왔던 사진”이라며 “이 사진 자체는 검색할 때 일베라는 단어를 넣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학사는 사실 중·고등학교 때 누구나 한 권쯤은 사봤을 참고서 내지 교과서 전문출판사다. 그쪽 계통에서는 대기업 수준”이라며 “그런 출판사에서 참고서를 낼 때 신입사원한테 맡긴다? 역사학 전공도 아닌 사람한테 일을 맡긴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집자는 최소한 역사적 전공의 기초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이걸 단순 실수로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교학사 내부 시스템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참고서는 집필자와 편집자 간의 피드백을 통해서 나온다. 검증 과정이 소홀했던 것만은 분명하다”며 “교학사 내부에서 걸러주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게 걸러지지 않았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도 비슷한 입장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날 경향신문을 통해 “수험서는 교수 급의 전문가들이 감수를 본다”며 “감수 과정에서 사진 등은 면밀히 살피기 때문에 편집자 혼자만의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비판도 이어졌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교학사 측에선 담당하는 신입직원의 실수라고 주장했지만 어쭙잖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라도 노 전 대통령이라는 것을 알아보기 충분했고, 합성의 의도가 매우 명백해보였기 때문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 활용하기조차 어려운 사진”이라며 “이를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교학사 구성원들의 역사 인식과 윤리적 감수성이 근본적으로 고장나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건은 전날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교학사 측은 “편집자의 단순 실수로 발생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검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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