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학대’ 충격…제자를 괴롭혀도 교사는 놔뒀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1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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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초 폭행 영상 등 알려져
검찰, 보완조사 통해 추가학대 밝혀
"교사, 고추냉이 등 강제로 먹게 해"
사회복무요원의 추가폭행도 드러나
수사 진행 중 학부모 여론은 들끓어
과거 교육부 실태조사 '양호' 논란도
인강학교 또·다른 폭행 혐의 수사 중

지난해 10월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서울 인강학교 장애학생 학대 사건은 그동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검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12월 말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보완 조사를 통해 교사 2명,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 1명의 학대 범행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박기종)는 서울 도봉구 소재 특수학교인 인강학교 교사 차모(56)씨·이모(56·여)씨 2명, 사회복무요원 이모(24)씨·한모(24)씨·백모(22)씨 3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난 6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수사 시작…보완조사로 밝혀진 추가 학대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4일 처음 알려졌다. 당시 한 매체는 장애 학생들을 폭행하고 조롱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영상에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웅크리고 있는 장애 학생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모습, 얼차려를 시키는 모습, 화장실에서 주먹으로 머리를 가격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당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회복무요원 4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신체·정서적 학대)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고, 다음달 15일 3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완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장애 학생들의 보호자들을 면담하고, 교사 등 참고인 등을 조사했다.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총 8회의 조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교사 2명의 학대 범행 8건이 추가로 밝혀졌다. 아울러 사회복무요원 이씨의 추가 학대 범행 1건도 새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교사 차씨는 지난해 5월 점심시간에 당시 14세였던 A학생에게 고추냉이(일명 ‘와사비’)를, 같은 해 9월에는 고추장을 강제로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 이씨는 지난해 5월부터 9월 사이 6회에 걸쳐 사회복무요원 이씨를 시켜 당시 21세였던 B학생을 외부와 차단된 사회복무요원실에 데려가 1~2시간씩 있도록 방임했다.

사회복무요원 이씨는 2017년 6월에도 장애학생을 폭행한 것으로 이번 검찰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씨는 당시 17세였던 C학생의 배·등·옆구리를 주먹으로 5~6회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는 이씨가 ▲지난해 6월25일 B학생이 책상 아래에 들어가자 의자로 책상 앞을 막아 나오지 못하게 한 학대 행위 ▲사회복무요원 한씨와 백씨가 B학생을 캐비닛 안에 가둘 때 말리지 않고 오히려 캐비닛의 위치를 알려준 행위 ▲지난해 9월14일 B학생의 어깨를 주먹으로 4~5회 가격한 행위 등만 밝혀졌었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 이씨의 추가 범행 사실 1개와 교사들의 혐의 사실을 처음 확인해서 추가로 입건을 하게 됐다”면서 “이씨가 자백도 하고, 목격자 진술, 참고인이나 교사 등을 통해 다른 증거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분노…교육부 실태조사 ‘양호’ 판정 논란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외부에선 여론이 들끓었고, 교육부가 관리에 소홀했다는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사건이 알려진(지난해 10월4일) 바로 다음날에는 인강학교 학부모들이 서울시교육청에 항의 방문했고, 같은달 8일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현장 점검과 함께 교육청, 병무청이 합동으로 학부모들과 함께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학부모들은 간담회에서 강력한 처벌과 대안을 요구했고, 관계 기관들은 ▲인강학교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피해여부 전수조사 ▲사회복무요원 배치 특수학교 150개교 전수조사 등의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8년 8월부터 실시한 ‘전국 특수학교 장애학생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인강학교는 양호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은 커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10월11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자료에서 이같은 결과가 드러난 것이다. 이 조사는 당시 1017명의 전문가 위원들이 특수학교 학생 2만3239명을 대상으로 1대1 면담을, 교직원들은 온라인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편 인강학교 장애학생 폭행 사건은 이번 검찰의 기소 건 외에 또 다른 건이 수사 중이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해 9월 인강학교의 한 교사가 장애 학생을 폭행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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