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하나 잡아봐요”…통진당 소송 사건배당 총체적 조작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7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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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철 전 고등법원장, 법원 예규 모조리 무시
행정처와 친분 관계 재판부에 배당되도록 순차 지시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 News1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 News1
양승태 대법원 지시를 따르기 위해 전직 고등법원장이 통진당 행정소송에 개입하려 재판부 배당을 조작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났다.

6일 뉴스1이 입수한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는 2015년11월12일 통진당 비례대표 의원 5명이 ‘당은 해산됐어도 국회의원이라는 걸 확인해달라’고 제기한 행정소송 1심이 각하된 데 대한 당시 법원행정처의 불만과 이 사건의 항소심에 행정처가 개입한 정황이 담겼다.

1심은 헌재가 결정한 것을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없다고 본 것인데 당시 행정처는 헌재보다 대법원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법원이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장이었던 심 전 법원장은 2015년12월2일 법원행정처 측으로부터 통진당 사건은 ‘행정처의 관심이 높다’는 말과 함께 ‘사건이 접수되면 행정6부 김광태 부장판사에 배당되기를 원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이 있고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이민걸 전 판사와 같은 재판부에서 활동해 친분이 있었다.

하지만 행정처의 요구를 이행하기 위해선 여러 장애물을 넘어야했다. 법원 예규는 ①배당시기를 접수 마감 즉시나 다음날 업무시작 즉시로 제한 ②자동배당을 실행하되 재배당이 필요한 경우 재판장들과 협의를 거치는 엄격한 요건 부여 ③1심 사건번호가 빠른 순서대로 항소심 사건번호 부여 등 사건배당에 미칠 부당한 영향을 방지하는 여러 요건이 있었다.

이에 심 전 법원장은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사건번호를 미리 만들어두고 해당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는 무모한 방법을 선택했다.

심 전 법원장은 2015년12월2일 1심 법원에서 통진당 사건기록이 넘어오기도 전에 고등법원 행정과장을 불러 ‘행정처가 관심이 많은 사건이다’, ‘A재판장이 어떠냐’, ‘사건번호를 미리 하나 잡아봐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 행정과장은 또 다른 사건배당 담당자에게 심 전 법원장의 지시라면서 ‘사건번호를 미리 하나 따 달라’는 취지로 순차 지시했다.

이를 통해 통진당 행정소송 항소심 사건은 당일 먼저 접수된 사건보다 앞선 사건번호를 받았고 결국 행정처 관계자 요구대로 행정6부에 배당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심 전 법원장은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및 ‘직무편람’ 등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지휘 감독할 의무가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직권을 남용해 배당을 달리 취급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배당 관여자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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