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찰, 해외 입양인들에게 희망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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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장기실종수사팀 출범… 전담 인력 2명 별도 배치해 지원
발족 1년반만에 16명 상봉 도와

최근 대구역에서 47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킴 헬렌(왼쪽)과 크리스틴 페늘 자매가 중구 서문시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1971년 각각 대구역과 반야월역에서 발견돼 해외로 입양된 이들은 대구경찰청을 통해 부모를 찾고 있다. 해외 입양인을 돕는 한국과 미국 여성들의 모임 ‘배냇’ 제공
최근 대구역에서 47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킴 헬렌(왼쪽)과 크리스틴 페늘 자매가 중구 서문시장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1971년 각각 대구역과 반야월역에서 발견돼 해외로 입양된 이들은 대구경찰청을 통해 부모를 찾고 있다. 해외 입양인을 돕는 한국과 미국 여성들의 모임 ‘배냇’ 제공
대구 경찰이 어릴 적 해외에 입양된 이들의 가족을 찾아주는 ‘희망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8월 여성청소년수사계에 꾸린 장기실종수사팀은 이후 1년 6개월간 해외 입양인 16명이 한국의 가족을 만나도록 도왔다. 장기실종수사팀은 일선 경찰서 실종팀이 맡던 장기실종 수사를 더욱더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 만들었다. 국내외 장기 실종자 수사를 전담하는데 해외 입양인도 포함한다. 1970, 80년대 실종된 아동들이 보호기관을 거쳐 해외로 떠난 사례가 많아서다.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해외 입양인이 가족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전담 인력 2명을 별도로 두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해외에 입양된 사람들이 국내에서 거친 보육원 등 입양기관의 기록을 샅샅이 살필 뿐만 아니라 입양인 관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접촉해 이들이 혈육을 찾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31년 만에 아버지를 만난 이순애 씨(37·여) 사례가 꼽힌다. 이 씨는 1987년 1월 북구 산격동 대도시장 인근을 혼자 돌아다니다 보호기관을 거쳐 독일로 입양됐다. 수사팀은 중앙입양원에 가족을 찾고 싶다고 신청한 입양인 명단과 지역 보육원의 입소카드를 대조하다 이 씨의 입양 사실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해 유전자(DNA) 샘플을 받았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친자관계를 확인해 아버지를 찾은 것. 지난달에는 1981년 만 2세 때 결혼식장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김태형 씨(미국명 조슈아 라이스·40)가 38년 만에 어머니 아버지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SNS 등을 통한 입소문을 타고 대구 출신 해외 입양인들은 잇달아 대구 경찰에 가족을 찾아달라고 문의하고 있다. 지난주 헤어진 지 47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크리스틴 페늘(50·여)과 킴 헬렌(48·여) 자매도 부모를 찾아달라고 대구 경찰의 문을 두드렸다.

언니 페늘 씨는 1971년 11월 3일 대구 반야월역에서, 동생 헬렌 씨는 같은 해 12월 3일 대구역 광장에서 보호자 없이 발견돼 1972년 각각 미국과 벨기에로 입양되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우연한 계기로 받은 DNA 검사 결과 서로 자매라는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검사업체의 도움을 받아 연락을 취해 대구역에서 상봉했다.

자매는 자신들의 만남은 천운이었지만 부모를 만나려면 더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장기실종수사팀을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당시 (우리를 버린)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딱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안중만 대구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장은 “당시 이들을 맡았던 보호기관의 입소카드에 부모 관련 정보가 전혀 없다”며 “자매의 부모나 가족을 알고 있다면 장기실종수사팀으로 연락해 달라”고 밝혔다.

해외 입양인의 친족 상봉을 돕는 한국과 미국의 여성 모임 ‘배냇’의 회원 김유경 씨는 “해외 입양인 가족을 찾아주려는 대구 경찰의 의지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구 대구경찰청장은 “해외 입양인과 장기 실종자, 그 가족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더 많은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해외 입양#장기 실종자#배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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