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성폭력 사건 책 출간 “이 싸움의 끝에 정의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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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14일 0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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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54)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한 안 전 지사의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34)는 “‘미투’는 마지막 외침이었다”면서 “이 싸움의 끝에는 정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출판사 ‘교양인’ 홈페이지에 따르면 김지은 씨는 12일 출간한 ‘미투의 정치학’을 통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개인도 조직도 모두 이기적일 뿐, 정의로움을 찾기 어렵다고 느꼈다. 조직을 앞세워 개인을 희생하거나, 오로지 개인만 남게 될 뿐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지은 씨는 “내가 원한 건 이타적인 예민함이었다”면서 “마지막 희망을 품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대선 캠프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폭력을 당하고,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격리됐다”고 적었다.

이어 “이 책에서는 미투 사건의 본질인 ‘위력’이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집필 작업에 함께 참여했지만 끝내 원고를 담을 수 없었다”며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는 아직까지 법원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의 본질과 맥락·사실을 잘 다루고 있어 큰 위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성범죄,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함께 이해하고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면서 “‘미투의 정치학’을 계기로 또 다른 가해자를 막고, 현재의 피해자를 위로할 수 있는 마법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출판사는 책 소개글을 통해 “(‘미투의 정치학’에 수록된) 〈그 남자들의 ‘여자 문제’〉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재판 방청기”라며 “(글을 쓴) 권김현영은 1심과 2심 공판을 방청하면서 사건과 관련해 무엇이 어떻게 언론에서 보도되는지, 피해자를 둘러싼 음모론이 어떻게 확산되고 어떤 프레임이 만들어지는지, 여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안 전 지사는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1일 법정구속됐다.

안 전 지사는 김 씨를 상대로 2017년 7월 29일부터 지난해 2월 25일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지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안 전 지사 측은 김 씨가 피해를 당한 이후 도저히 피해자라고 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간음 피해를 당하고 난 뒤에 폐쇄회로(CC)TV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귀걸이를 착용하며 통상적인 성폭행 피해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시도할 때 김 씨가 소극적으로 대응 한 점 ▲안 전 지사가 선호했던 순두부집을 김 씨가 찾아간 점 ▲안 전 지사와 김 씨가 같은 미용실을 이용한 점 등을 근거로 김 씨가 피해자다움이 없으며 진술에도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한 피해자의 모습이 실제 간음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성격이나 구체적 상황에 따라 대처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주장은 정형화한 피해자라는 편협한 관점에 기반한 것이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해서 진술 신빙성 배척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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