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이 먼저…” 교과서 대신 뜨개질 배우는 학생들

“털모자 만들어 이웃돕고 싶어요”
대구 성당중 1학년 130명 전원 ‘사랑의 손뜨개 캠페인’ 참여 화제

12일 대구 달서구 성당중 1학년 5반 교실에서 정규성 교사(가운데)와 학생들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과 교직원 171명은 털모자를 만들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한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

“직접 만든 털모자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래요.”

12일 오후 1시경 대구 달서구 성당중 1학년 교실. 학생들이 교과서와 연필 대신 뜨개실과 바늘 꾸러미를 꺼내들었다. 서툰 솜씨지만 정성스럽게 한 땀 한 땀 뜨개질을 하며 털모자를 만들었다. 책상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은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뜨개질 삼매경에 빠졌다. 뜨개질을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옆 친구를 도와주기도 했다. 처음엔 서툴던 학생들도 뜨개질에 조금씩 적응해가며 속도를 냈다.

성당중 1학년 130명 전원은 12, 13일 이틀간 학교에서 수업을 하지 않고 달서구의 ‘사랑의 손뜨개 캠페인’에 참여했다. 2, 3학년 6명과 학부모 13명, 교직원 22명도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이들은 직접 만든 털모자를 달서구를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다.

1학년 1반 이민서 양(13)은 “초등학생 때 직접 인터넷에서 뜨개질 방법을 찾아보며 목도리를 짜 본 경험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봉사에 참여했다”며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이 내가 만든 털모자를 쓰고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상담복지부장인 정규성 체육교사(59)의 제안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정 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천이 부족하다”며 “직접 노력해서 남을 돕는 봉사를 통해 나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는 봉사의 취지에 공감하고 뜨개질 재료비를 지원하는 등 학생들을 적극 응원했다. 때마침 1학년 학생들은 자유학기제여서 전원이 수업과 교육과정에 지장을 받지 않고 뜨개질을 할 수 있었다.

달서구는 학생들에게 뜨개질하는 법을 가르쳤다. 7일 학교에 손뜨개 재능강사를 파견해 미리 선발한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리더그룹 교육을 진행했다. 리더그룹 학생들은 강사들에게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각 교실에서 친구들의 뜨개질을 도왔다.

재능강사로 참여한 윤길숙 코코손뜨개 대표(43·여)는 “손뜨개를 처음 접한 학생들이 처음엔 조금 어려워했지만 대부분 나중엔 재미를 느끼고 잘 따라했다”며 “잘하는 친구들은 이틀 정도면 충분히 성인용 털모자 한 개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는 올해 7월부터 주민 누구나 나눔과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랑의 손뜨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손뜨개를 매개로 한 주민 참여형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다.

현재 주부와 학생, 어르신 등 1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달서구는 지역의 손뜨개 공방 대표 등 재능강사 50명을 선발해 이들의 손뜨개를 돕고 있다. 5인 이상 단체 및 기관이 참여를 희망할 경우 재능강사를 파견해 손뜨개 방법을 알려준다.

올해 말까지 성인용과 신생아용 털모자 2000여 개를 모아 저소득층과 해외 개발도상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완성품을 제출하면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성인용은 1개 또는 신생아용은 2개를 내면 5시간을 인정해 준다. 1만 원인 손뜨개 꾸러미를 구입하면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봉사와 나눔이야말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며 “주민들이 작은 힘을 모아 커다란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사랑의 손뜨개 캠페인에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일 기자 light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