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출동 과속했는데… 소방관, 과태료 면제 서류 제출 ‘허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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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마다 절차-입증자료 제각각… 기준 통일해 면책처리 부담 덜어야

서울 동대문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관 A 씨는 5월 21일 출동지령을 받고 소방차를 운전해 현장에 출동했다. 현장에 1초라도 빨리 도착하기 위해 제한최고속도인 시속 60km를 넘겨 과속을 했고, 무인 과속단속 카메라에 적발됐다. 도로교통법에는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자동차’가 긴급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과속,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면책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A 씨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얼마 뒤 과태료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 A 씨는 당시 근무일지, 출동지령서 등 4가지 서류를 동대문경찰서에 보내고 나서야 과태료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화재 진압, 응급환자 이송 등을 위해 부득이하게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소방관과 구급대원이 법으로 보장된 면책특례를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 처리 부담에 시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서도 각 경찰서 관할지역마다 처리해야 할 문서 양의 차이가 4배 나는 경우도 있었다.

긴급자동차의 면책특례는 도로교통법 29조, 30조 등에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긴급 상황’일 때만 특례가 적용된다. 소방서 복귀, 수리 등 긴급 상황이 아닐 때에는 일반차량처럼 도로교통법을 지켜야 한다. 촬영과 속도 측정 기능만 있는 무인 단속카메라의 특성상 일단 과태료 부과 통지서가 소방서 등에 전달되는 이유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142조에 따라 당시 상황에 대한 입증자료와 함께 면제 요청이 접수되면 각 경찰서에 설치된 심의위원회를 열어 과태료를 면제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요구하는 ‘입증자료’의 기준이 일선 소방서 등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방관들로서는 어떤 서류를 경찰에 내야 할지 모호하다 보니 불필요한 서류까지 작성하고 제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예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이 붕괴됐던 9월 7일 중구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약 10km 떨어진 현장까지 긴급출동하다 과속이 적발돼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던 소방관 B 씨는 재난정보가 기록된 문서 1개만 중부경찰서에 전달했다. 반면 같은 달 3일 긴급출동 중 영등포구 노들로에서 과속으로 적발된 강서소방서 구급대원 C 씨는 강서경찰서에 자신의 운전면허증, 당시 출동 근무일지 전체, 구급활동 일지와 함께 의견진술서까지 직접 써서 보냈다. 올해 서울에서만 소방관들이 각 경찰서에 제출한 과태료 면제 요청은 100여 건에 이른다.

소방청 관계자는 “각 경찰서와 담당자마다 소명절차가 모두 다르고 복잡해 현장 소방관과 구급대원의 행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경찰청에 입증자료 기준 통일 및 절차 간소화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과태료 면제 절차를 엄격히 하기 위해 소방과 경찰, 병원 구급차는 물론 위급상황에 처한 일반인의 경우에도 면제를 요청하는 공문과 해당 상황을 증명하는 문서, 운전면허증 등 3가지 서류를 제출하면 심사 후 과태료를 면제하도록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 등과 협의해 불필요한 서류를 과다하게 준비할 일이 없도록 전국 소방서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긴급출동 과속#소방관#과태료 면제 서류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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