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에버랜드, 시각장애인 놀이기구 탑승금지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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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1일 15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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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로 정신적 고통 입어…위자료 600만원 지급”
“장애인 탑승시 사고 가능성 주장은 추측에 불과”

에버랜드 놀이기구 ‘티익스프레스’ © News1
에버랜드 놀이기구 ‘티익스프레스’ © News1
시각장애인의 기구 탑승을 제한한 놀이공원의 조치에 대해 법원이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놀이공원 측은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11일 김모씨 등 시각장애인들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김씨 등 시각장애인 3명에게 각각 200만원씩 총 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장애인 탑승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놀이공원 안전 가이드북을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놀이공원 직원이 김씨 등에게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건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삼성물산 측에서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비장애인과 비교해 놀이기구가 김씨 등에게 안전상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삼성물산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차별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법에서 정한 장애인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의 탑승을 허용할 경우 본인 또는 타인의 안전이 제한될 우려가 있다는 삼성물산 측의 주장에 대해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는 해당 놀이기구로 인한 위험의 정도에 차이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시각장애인에게 놀이기구 탑승을 허용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할 것이란 주장은 추측에 불과할 뿐,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며 “김씨 등이 차별로 입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차별 행위는 시각장애에 대한 놀이공원 측의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차별한 건 아니다”라며 “에버랜드 측이 장애인 우선 탑승제도를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장애인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가이드북에 대해서도 “가이드북이 고쳐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차별 행위가 반복될 여지가 있어 적극적인 조치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가 되는 부분을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김씨 등은 2015년 5월 단체로 에버랜드에서 롤러코스터(T-익스프레스)와 범퍼카 등 놀이기구를 타려다 안전상의 이유로 거부당하자 문제의식을 느껴 같은 해 8월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가이드북에는 ‘정상적인 힘, 시력, 판단능력’ 등 ‘정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장애인에 대해 비하하는 표현을 쓰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내용을 삭제해 놀이공원이 평등한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대립하자 재판부는 2016년 4월 에버랜드를 방문해 시각장애인과 직접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위험도를 알아보고 비상 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지 등을 현장에서 검증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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