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비자림로 ‘삼나무 베어내기’ 갈등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4일 03시 00분


도로확장 위해 도로변 삼나무, 2.9km 구간 2160그루 벌채 계획
시민단체들 “자연경관 파괴” 반대… 주민들은 즉각 공사 재개 요구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도로를 넓히기 위해 삼나무를 베어내는 공사를 하다가 중단됐다. 성산읍 지역주민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공사중단에 항의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도로를 넓히기 위해 삼나무를 베어내는 공사를 하다가 중단됐다. 성산읍 지역주민들은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공사중단에 항의하는 반면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사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2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도로 옆 삼나무를 베어내는 작업이 중단되면서 공사 장비가 한쪽 구석으로 옮겨져 있었다.

제주 동부지역에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해 2일부터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진행됐다. 공사 구간은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km다. 이 구간에 포함된 삼나무 숲길 800m 양쪽에 있는 2160그루를 베어 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나무 베어내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제주도는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7일까지 500m 구간에 있는 915그루를 베어 낸 채 작업이 중단됐다. 공사 중단 발표에 대해 주민들은 곧바로 반발했고, 시민사회단체는 공사 백지화를 요구해 양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 삼나무 베어내기 작업의 진실은…


작업 중단 여론이 확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가장 아름다운 도로에 있는 비자림(천연기념물 제374호)의 삼나무 숲’을 베어 내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비자림로는 구좌읍 평대초등교에서 한라산횡단도로인 5·16도로까지 이어지는 27.3km(지방도 1112호선) 구간이다. 실제로는 비자림과 공사 현장이 7km 정도 떨어져 있다.

또 2002년 비자림로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지정된 것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사려니 숲길 입구의 주변 도로가 아름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공사 현장과는 14km 떨어진 곳이다.

삼나무는 제주지역 전체 조림면적 1만6987ha의 33.9%인 5754ha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지만 자생수종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목재를 생산, 수탈하기 위해 일본에서 들여온 나무다. 자생수종을 베어 낸 오름(작은 화산체)에 집중적으로 삼나무를 심었다. 1970년대 녹화사업 당시 삼나무는 권장 수종의 하나였고 감귤과수원 방풍수로 각광받기도 했다.

현재 제주도 산림정책의 기본 방향은 삼나무 대신 편백나무, 황칠나무, 고로쇠나무 등을 심는 것이다. 봄철에 제주도에서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이 다른 지역보다 심한 이유 중의 하나로 삼나무 꽃가루가 지목되기도 한다.

○확장공사 재개 여부 놓고 갈등 증폭

제주도는 공사 기간인 2022년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도로 주변 삼나무 훼손 최소화 대책 등을 포함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계획대로 공사가 끝나면 현재 2차로인 도로는 4차로, 폭 21m 도로로 확장된다. 사업비는 총 207억 원이다.

서귀포시 성산읍이장협의회와 성산읍주민자치위원회 등은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이들은 “비자림로는 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도로”라며 “의료·교육·문화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리적 조건과 농수산물 물류이동 활성화를 위해 확장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로 잘려나가는 삼나무들이 있겠지만 삼나무 숲 전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때문에 사람과 환경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균형적 관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곶자왈사람들, 노동당·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등은 이날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연경관을 제1의 가치로 지닌 제주에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사업이다. 비자림로 공사가 공분을 사는 이유는 제주만의 자연경관을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일은 제2공항 재앙의 서막이다. 성산읍에 제2공항이 들어서게 되면 도로를 비롯해 동부지역 일대가 어떻게 파괴되는지 도민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비자림로#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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