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MB 소송비, 삼성이 대납” 자수서서 주장… “지금보니 잘못, 후회막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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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0일 13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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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학수 전 부회장(동아일보)
사진=이학수 전 부회장(동아일보)
삼성이 과거 법률 비용 지원 명목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77) 측의 ‘다스 소송’ 비용을 대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부회장은 공개된 자수서에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경위를 진술했다.

자수서에 따르면, 미국의 다스 소송을 맡았던 로펌 ‘에이킨 검프(Akin Gump)’의 김석한 변호사가 2008년 하반기나 2009년 초 이 전 부회장을 찾아와 “대통령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등 법률 조력 업무를 에이킨 검프에서 대리하게 됐다. 대통령을 돕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비용을 청와대에서 마련할 수 없고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부담해주면 국가적으로도 도움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에 “(김 변호사가) 이런 제안을 청와대에 했더니 대통령과 김백준 기획관도 그래 주면 좋겠다고 했다”라며 “제게 ‘청와대 법률이슈 대리 비용’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말할까요’라고 하기에 ‘나랏일인데 내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라고 적었다.

또한 이 전 부회장은 해당 내용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비용을 도와달라고 한다고 보고하자 회장님은 ‘청와대가 말하면 해야하지 않겠나, 지원하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비용 지급 내용에 대해선 “실무자에게 ‘김 변호사로부터 요청이 오면 박하게 따지지 말고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에이킨 검프가 삼성전자에 비용을 청구하면 이를 대신 지급했다. 본사에서 고문료 형태로 지급하다 미국 법인에서도 별도로 지급하기도 했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라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당시 삼성에서 이 전 대통령 측의 미국 내 법률서비스 비용을 대신 지급하면 회사 측에 여러가지 도움이 되지 않겠나 기대를 가진 게 사실”이라며 “(특검 수사를 받은) 이 회장이 유죄를 받는 다면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당연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 제 잘못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법적 책임을 감당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미국에서 조기 귀국해 자수하게 됐다”라며 “당시에는 회사와 회장님을 위해 하는 것이라 믿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이라 판단해 후회막급”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 전 부회장은 자수서를 통해 김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해 ‘1990년대부터 삼성 미국 내 법인 일 많이 해줘서 업무관계로 알고 내왕하던 사이’라고 말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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