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피해자 A 양이 입원 직후 찍은 사진. 온몸에 멍 자국이 선명하다. 페이스북 캡처
또래 여고생을 산에서 집단으로 폭행하고 성추행한 이른바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과 관련해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가 “(폭행을)범죄라기보다는 하나의 재미있는 놀이 프로젝트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5일 오후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가해자들의 폭행 이유가)청소년의 용어를 그대로 빌리면 ‘센 척’ 한다든가, 아니면 ‘깝치는’ 학생들을 하나의 표적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대를)제압함으로써 일정한 흥미를 느끼려고 하는 심리가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6일~27일 이틀간 서울 노원구의 한 노래방과 관악산 일대에서 발생한 것으로, 피해자 A 양(17)은 노래방에서 5명에게 1차로 집단 폭행을 당한 데 이어 관악산으로 끌려가 2차 집단폭행을 당했다.
특히 2차 폭행 당시에는 다른 학생들까지 합류해 여학생 5명, 남학생 3명이 A 양을 집단폭행하고, 일부는 나뭇가지와 음료수 캔을 이용해 A 양을 성추행까지 했다. 이들은 A 양이 도망가지 못 하도록 옷을 몽땅 벗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는 “노래방에서부터 폭행을 시작한 것을 보면, 노래방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전혀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며 “또 한 장소가 아니라 관악산까지 올라가면서 마스크까지 준비한 것으로 봐서는 우발적인 학교 비행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상당히 치밀하고, 청소년 같지 않은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충격적인 것은 (휴대폰의)유심칩을 빼고서 이동했다는 점은 동선이 알려지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고 한 상당히 계획적이고 충격적인 범행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청소년 폭행 사건에 대해 “자신이 과거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던 상태에서 이제는 가해가자 돼서 더 공격적으로, 마치 분풀이하는 식으로 폭행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며 “바꿔 말하면 왜곡된 놀의 문화가 본인의 동기가 된다, 그래서 ‘센척’하고 ‘깝치는’ 학생이 (폭행의)표적이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청소년들의 군중 심리를 언급하며 “혼자서 (폭행을)하는 경우는 없다. 제3자가 있다. 누군가가 응원을 해주고, 지원을 해준다. 하위문화 속에서 사회적 지위를 올리려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자신이)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왜곡된 하위문화가 또 하나의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소년 범죄가 지능화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작량감경, 심신미약 등 이런 개념도 상당 부분 알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과거처럼 순진하고, 낭만적으로 청소년들을 생각할 그런 상태가 아니다. 상당히 지능화, 흉포화 되고 집단화 되어 있는 것이 청소년 범죄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이후 만 14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현행 소년법의 처벌 기준을 낮추자는 국민청원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지금 우리 소년법의 가장 큰 문제는 중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소년법에 의해 감형을 한다든가 또는 가석방 기간을 상당히 단축해서 석방한다든가 하는 것들이 과연 지금 청소년들의 지능과 수준에 비추어 (볼 때)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투 트랙으로 갈 필요는 있다”며 “나이에 맞는 처벌을 하고, 또 청소년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가정, 학교, 국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은 또 나름대로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 법무부 또는 보호관찰관 등이 구체적인 청소년 비행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만들어서 실행해야 되는데 그런 것 없이 예방만 중요하다고 말하다 보니까 똑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청소년은 국가의 미래이기 때문에 중요한 국가 정책 아젠다로 삼아서 해당 관련 장관들이 조금 더 구체적인 대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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