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일손부족 돕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 동아일보

모내기철-수확기에 90일간 체재, 인력난 농어촌 주민들에 인기
고용허가제 틈새시장 채우고 불법 체류자 감소에도 큰 도움

20일 전남 보성군 조성면 딸기농장에서 정미애 씨(사진 왼쪽)와 첫째 언니가 농라를 쓰고 딸기 모종작업을 하고 있다. 정 씨의 형제 자매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입국해 일손을 돕고 있다. 정권식 씨 제공
20일 전남 보성군 조성면 딸기농장에서 정미애 씨(사진 왼쪽)와 첫째 언니가 농라를 쓰고 딸기 모종작업을 하고 있다. 정 씨의 형제 자매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로 입국해 일손을 돕고 있다. 정권식 씨 제공
20일 전남 보성군 조성면 딸기농장. 베트남 전통 모자인 농라를 쓴 정미애 씨(36·여)와 정 씨의 언니(49)가 딸기 모종을 손질하고 있었다. 요즘 농어촌에서 농라를 쓴 이주여성을 보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됐다. 고향인 베트남 껀터시에서 살던 정 씨는 14년 전 보성으로 시집와 한국 사람이 됐다. 그녀는 남편 정권식 씨(56)와 11년째 딸기농사를 짓고 있다. 딸기농장 면적은 5620m²로 넓어 항상 인력난에 시달렸다. 보성도 다른 농어촌처럼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농번기에는 사람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정 씨 부부의 딸기농장은 올해부터 인력난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베트남 친정에서 정 씨의 언니와 오빠(38)가 1월 입국해 세달 동안 딸기농장 일을 도왔기 때문이다. 정 씨는 농번기 일손도 덜고 가족과 만나 오붓하게 지내면서 모처럼 행복감을 느꼈다. 친정에도 뭔가 보탬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 90일이 지나 베트남으로 출국했던 언니는 이달 초 다시 입국했다. 오빠도 조만간 다시 들어올 예정이다. 남편 정 씨는 “농번기에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애를 태웠는데 베트남 처갓집 식구들이 농사일을 도와주니 너무나 좋다. 하지만 과수나 원예작물 재배기간이 6∼8개월인데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에서는 군과 자매결연한 필리핀에서 계절근로자 9명이 들어와 농사일을 돕고 있다. 고흥의 한 농장은 유기농 벼 130ha에 모내기를 하면서 필리핀 근로자 3명을 채용해 인력난에 숨통이 트였다. 농장 관계자는 “인력난 때문에 모내기를 못하지 않을까 걱정이 컸는데 이들 때문에 쉽게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전국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강원 양구에서는 수박 수확 시기를 맞아 외국인 근로자 240명이 일하고 있다. 경북 영양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50명이 농가에 고용돼 상추와 고추, 담배를 수확하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2015년부터 농번기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2015년 충북 괴산군 19명을 시작으로, 2016년 전국 8개 시군에 261명, 지난해는 23개 시군에 1547명, 올 상반기 31개 시군 2328명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최장 5년을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와 달리 모내기나 농작물 수확철에 최장 90일간 국내에서 머물며 일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고용허가제 틈새시장을 채우고 불법 체류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시행하는 시군 절반은 베트남, 필리핀 등 외국 현지 자치단체와 결연해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 농가는 이주여성 친정 가족들을 부르기도 한다. 농가들은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체류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청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고흥에서 마늘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 씨(62)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머무는 집과 화장실, 대문 사진까지 요구하는 등 절차가 너무 복잡해 신청을 했다가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일부 시군에서 외국인 근로자 체류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있지만 국내 인력 채용 여건 등도 감안해야 한다”며 “집 사진 등을 요청하는 것은 인권 침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계절근로자#외국인 계절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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