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앵글에 담은 2만7000장 중 이색 풍경 담은 35점만 전시
섬주민의 생업현장 생생하게 전달
인천문화재단 지원을 받아 이영욱 사진작가가 5년간 인천 앞바다 36개 유인도 갯팃길을 찍은 사진들. 갯팃길 사진전은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이영욱 사진작가 제공
“고고학자가 새로운 지질을 탐험하듯 오래 관찰하고 들여다본 사람의 시선으로 인천 섬을 담았다는 느낌이 든다.”(최연하 사진평론가)
“사진을 기본적으로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아카이브 같은 사진 촬영은 기존 예술 개념과는 다른 차원의 예술 작업이라고 본다.”(이영욱 사진작가)
“섬 사진들을 보니 정갈하고 따듯한 온기가 전해진다.”(관람객)
18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 전시실. 120m² 남짓한 공간에 관람객 150여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였다. 이날 개막한 ‘이영욱 사진전-워터 펜스 게이트 로드(water fence gate road)’ 전시를 감상한 뒤 작가와 만나는 시간이었다. 1시간가량 진행된 토크쇼에서 관람객들은 인천 섬을 찍은 사진 35점에 대한 이영욱 작가(52)의 이야기를 듣고 소감을 나눴다.
이 사진들은 단순 섬 풍경이 아니다. 이 작가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인천 앞바다 36개 유인도를 돌며 찍은 갯팃길 모습만 담았다. 지난 5년간 앵글에 담은 2만7000장 가운데 고르고 골라 전시한 35점이다.
갯팃길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터’라는 뜻의 인천 방언이다. 썰물 때 섬 둘레에 자연적으로 드러나 형성된 갯벌길을 말한다. 하루 두 번 물이 빠졌을 때마다 12시간 간격으로 열리는 소중한 통로였다.
또한 섬사람들이 굴 돌김 낙지 톳 우뭇가사리 조개 굴을 채취하는 노동 현장이기도 했다. 아이들 놀이터였고, 갯벌과 산을 가로질러 마실(‘마을’의 방언)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이 작가는 2013년 2월 무의도에서 어촌계 소속 어민만 출입할 수 있는 갯벌에 들어갔다가 갯팃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이후 섬을 촬영할 때는 파도에 마모된 갯바위, 갯벌과 맞닿은 거칠고 각진 절벽, 완만한 경사로 갯벌 등 갯팃길이 드러내는 풍광을 집중 탐사했다. 그는 소이작도 해안 갯티길 옆 계곡을 따라가다 깊은 골짜기 같은 지형을 발견하기도 했다. 소청도 등대 밑 붉은 암벽, 갈매기 천국 소연평도 톱섬의 정취를 잊지 못하고 있다. 전시된 사진 35장에는 갯벌, 기암절벽, 군 철책선, 백사장에서 숨져 있는 아기 고래 등등 그가 포착한 갯팃길 정취가 담뿍 담겨 있다.
이 작가는 “도로가 나고 자동차가 들어오기 전 섬 주민들의 통행로였던 갯팃길은 이제 길이라는 기능을 잃어버리고 있다”며 “어산물 채취는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노인들이 소일거리 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라고 설명했다.
갯팃길에서 인간의 발길은 점점 희미해지고 이제는 외지인들의 바다낚시 터나 군 해안초소가 들어섰다. 이 작가는 “행정관청에서 자연보전이라는 명목으로 나무펜스를 박아 길을 내고 몇몇 섬에서는 안보관광지로 개발하면서 갯팃길은 훼손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갯팃길 사진을 12월경 책으로 펴낸다.
이 작가는 상명대에서 사진학을 강의하다 2001년부터 10년간 중국 옌볜(延邊)대 사진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이후 인천에 머물며 재개발 현장을 담은 ‘폐허 속 오브제’, 도심 해안선 276km의 모습을 1년간 촬영한 ‘인천 해안선 프로젝트’를 비롯해 여러 아카이브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전은 3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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