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9대 전·후반기와 10대 전반기 의장을 지낸 지방 정치인들이다.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지방의회는 통상 4년 임기를 절반으로 쪼개 의장을 나눠 맡는다. 3명은 내리 6년간 경남도의회를 대표했던 인물이다. 7대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들에게 공통점이 하나 더 생겼다. 자유한국당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으로 말을 갈아탄 주인공이 됐다. 30년 안팎의 정당생활, 20년 가까이 지방의원을 지내며 몸담았던 정당을 초개처럼 버리고….
허 전 의장은 민주당 공천으로 산청군수 재선에 도전하고 있다. 통영시장 출마를 꿈꿨던 김윤근 전 의장과 한때 창원시장 선거를 준비했던 김오영 전 의장은 경남 전역을 누비며 민주당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직 의장들뿐만 아니다. 한국당 소속이었던 기초단체장, 홍준표 한국당 대표 측근들도 보따리를 싸고 있다. 취재 기자들은 “유세현장에서 얼굴만 보고는 어느 정당인지 분간이 어렵다. 그나마 점퍼 색깔이 달라서 다행”이라고 푸념한다.
영남권에서마저 한국당 인기가 폭락했다지만 이들의 변신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은 “상식과 원칙이 없는 한국당은 더 이상 공당이 아니다. 촛불 민심을 받들겠다”며 행사장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나 권력을 좇는 모습이 당당하게 비칠 리 없다.
민주당은 이들의 행보를 ‘정의로운 보수’ ‘유능한 분들’이라고 각색한다. 아무리 덧칠을 해도 호박은 호박이다. 신발을 바꿔 신은 사람이 다시 배신하는 일은 여름에 냉수 들이켜듯 쉽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촛불정신의 핵심인 ‘정의’와도 거리가 멀다. 낡은 정치인을 끌어다 모으면 덩치는 커진다. 그만큼 정신은 흐려지고 건강성만 떨어질 뿐이다. ‘철새’ 영입에 따른 실익보다는 비판의 목소리만 번지고 있다. 끝내는 ‘한국당의 오늘’을 되풀이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을 지켜 달라’는 한국당 김태호 도지사 후보에 맞서 민주당 김경수 도지사 후보는 ‘경남을 바꿔 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남을 위기에 빠뜨린 세력을 심판하자”는 호소다. 그가 옆에 두고 두둔하는 사람들이 바로 구태였고, 심판 대상이었다. 아이러니다. 선거는 곧 끝난다. 민주당은 어느 지방선거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아 쥘 가능성이 크다. 기회와 위기는 어김없이 교차한다.
민주당은 김경수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구순(九旬) 원로 민주당원인 김재윤 옹의 쩌렁쩌렁한 음성을 기억해야 한다. “약하고 힘없는 사람 편에 서야 한다. 잘난 사람은 그냥 둬도 돌아간다. 출발은 그래야 한다.” 정치의 본질과 원칙을 강조한 노정객의 호소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유구한 정치의 긴 여정, 여전히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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