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금 조사받고 있는 김○○입니다”, “기사 내용과 내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절대 아닙니다”….
5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모 씨(31)가 온라인 기사에 직접 올린 댓글 내용이다. 김 씨는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로 이송된 뒤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 전까지 직접 댓글을 올렸다. 그는 범행 당시 자신을 ‘한국당 지지자’로 밝혔지만 댓글뿐 아니라 경찰 조사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김 씨가 오래전부터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등 보수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계속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 보수 인사에 노골적 반감 표출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 씨는 5일 긴급체포된 후 휴대전화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확인했다. 그는 기사 5건에 ‘z****’라는 자신의 아이디(ID)로 댓글(사진)을 남겼다. 그는 댓글에서 “원래 목표는 홍 대표인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단식하는 분을 대타로 삼았다”며 범행 경위를 밝혔다. 김 씨는 “저 혼자 한 일이다. 배후를 밝히긴 뭘 밝힌다는 건지…”라며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 ‘한국당의 자작극 아니냐’는 등 의혹을 부인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올렸다.
보수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은 처음이 아니다. 김 씨 아이디를 추적한 결과 201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등 포털 기사에 올린 댓글 약 60건이 확인됐다. 3년 전부터 홍 대표와 두 전직 대통령, 나경원 의원 등 보수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이후 비판 수위가 강해졌다. 홍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의 합작으로 이뤄진 위장된 평화쇼”라고 비판한 것에 따른 것이다.
김 씨는 댓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진짜 싫다”, “한국당은 한국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다. 내 나라 이름 도용하지 말라”, “한국당은 참보수가 아니라 자기들 이익집단” 등의 내용이었다.
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 씨는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범행 전 국회 답사하며 준비
경찰은 김 씨가 5일 강원 동해시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거쳐 서울 여의도 국회로 오기까지 동선을 따라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김 씨가 범행 전 마치 답사하듯 국회 의원회관 앞을 서성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날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한 뒤 국회를 찾아 홍 대표를 폭행할 계획이었다. 김 씨는 홍 대표를 찾지 못하자 미리 양갱을 구입한 뒤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하던 김 원내대표에게 접근했다.
경찰은 김 씨의 은행 계좌와 통신기록 등을 확인해 정확한 범행 의도와 배후를 파악할 예정이다. 특정 정당에 가입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진보 또는 보수 등 사회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씨의 아버지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이지만 맞는 사람도 이유가 있다. 김 (원내)대표께는 아들과 함께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안타깝다. 차후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