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등 재택부업하면 고수익” 유혹… 알바생-주부 울린 ‘인터넷 사기’

  • 동아일보

“수익 회원들에 분배” SNS 홍보… 최소 1500명 10억원대 피해

지난달 초 대학생 A 씨(25·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재택 부업’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대학생도 주부도 누구나 쉽게’ ‘#쉽게돈벌기’ 같은 해시태그도 달려 있었다. 회원 가입 후 30만∼480만 원을 투자하면 전체 회원들이 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내용이었다. 별도로 쇼핑몰 운영 수익도 보너스로 지급한다고 했다. A 씨가 직접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매일 회원 수백 명의 투자 명세가 올라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학비와 생활비를 벌던 A 씨는 등록금을 내려고 모은 210만 원 중 30만 원을 입금했다. 바로 다음 날 A 씨에게 포인트가 지급됐다. 일정 액수에 맞춰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다. A 씨는 나머지 180만 원도 입금했고 추가로 포인트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24일 해당 사이트에 ‘출금 오류가 발생했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29일에는 아예 사이트가 통째로 없어지고 엉뚱한 쇼핑몰이 등장했다. A 씨는 포인트는 물론이고 투자금조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인터넷 재택부업을 명목으로 회원을 모집한 뒤 투자금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체 회원이 수천 명에 이르고 피해자 모임에만 전국적으로 1500여 명이 참여했다. 회원들은 피해 금액이 10억 원을 웃돈다고 주장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이트는 지난달 3일 등장했다. 블로그와 SNS 등 온라인에서만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재택 부업’이라고 홍보했지만 새로운 회원의 가입비와 투자금을 기존 회원에게 지급하는 전형적인 금융다단계 방식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소액으로 목돈을 마련하려는 주부나 학생들이었다. 주부 B 씨(41)는 처음 60만 원을 투자한 뒤 부모님까지 가입시켰다가 500만 원 넘게 날렸다. 피해자 모임을 주선한 이모 씨(31·여)는 “수술비를 투자하거나 대출을 받아 1000만 원 이상을 투자했다가 날린 피해자도 있다. 대부분 가족 몰래 투자해서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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