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끼어들고 가로막고, 바로 옆서 “빵빵”… 2.6km 내내 식은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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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자전거전용차로 달려보니

9일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에서 승합차가 자전거 전용차로를 막은 채 정차해 있다. 자전거를 탄 
동아일보 배준우 기자가 승합차와 옆 차로의 택시 사이를 힘겹게 지나고 있다. 자전거 전용차로를 일반 차로와 구분하는 분리대나 
경계석은 설치돼 있지 않다(왼쪽 사진). 종로5가 자전거 전용차로 종점은 오토바이들이 사실상 진을 치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9일 낮 12시경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인근에서 승합차가 자전거 전용차로를 막은 채 정차해 있다. 자전거를 탄 동아일보 배준우 기자가 승합차와 옆 차로의 택시 사이를 힘겹게 지나고 있다. 자전거 전용차로를 일반 차로와 구분하는 분리대나 경계석은 설치돼 있지 않다(왼쪽 사진). 종로5가 자전거 전용차로 종점은 오토바이들이 사실상 진을 치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빵… 빵빵….’

9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3가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흥인지문 방향으로 가던 동아일보 배준우 기자(33)는 경적소리에 놀라 멈춰 섰다. 찻길과 자전거전용차로(자전거차로)를 구분하는 노란 선이 그어져 있지만 일부 화물차와 택시는 옆을 지나며 비키라는 듯 경적을 울렸다. 속도를 낮춰 500m쯤 가자 소형 승합차가 자전거차로를 막고 서 있었다. 종로4가를 지나 광장시장을 비롯해 각종 상가가 늘어선 곳일수록 자전거차로에 주정차한 차량은 늘어났다. 대부분 상가에 짐을 부리고 있었다. 이들을 피하려고 일반차로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곡예운전’을 했다.

서울시는 전날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종로6가 동대문종합상가까지 2.6km 구간에 종로 자전거차로를 개통했다. 2020년까지 여의도∼광화문∼동대문∼강남을 잇는 자전거도로망을 만든다는 구상의 하나다. 모두 237억 원을 들일 계획이다. 본보 취재진은 9일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차로 종점인 동대문종합상가까지 직접 달려봤다.

예상보다 차량 운전자들의 자전거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크지 않았다. 택시와 오토바이는 자전거차로를 수시로 점유했다.

종로4가 세운상가를 지나자 자전거와 자동차가 함께 타는 ‘자전거 우선도로’로 바뀌었다. 동대문종합상가까지 종로3가∼4가 110m 구간과 종로4가∼5가 120m 구간 두 군데다. 이 구간에서는 질주하는 차량과 같이 달려야 한다. 서울시가 자전거차로 이용자를 위해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췄지만 그래도 공포감이 밀려온다. 자전거를 추월하려는 차량들을 조심하려고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다 사고를 낼 뻔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과 곁을 지나는 차들에 신경 쓰며 달리다 보면 폭 1.5m의 자전거차로는 더욱 좁게 느껴졌다. 서울시가 모델로 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영국 런던은 차로(폭 3m) 하나를 자전거차로로 사용한다.

이렇게 좁은 까닭은 지난해 말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만들면서 도로를 재정비하다 여유가 생긴 공간을 활용해서 그렇다. 동대문종합상가에서 종로1가 방향으로는 공간이 없어 자전거차로를 만들지 못했다. 상가가 밀집해 있어 자전거차로와 일반차로를 구분하는 분리대 설치도 어려웠다. 그렇게 되면 상가를 들르는 차량이 정차할 수가 없어진다. 시는 우회전 길이 있는 구간에라도 분리대를 놓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날 한 시간 반가량 자전거차로를 타면서 만난 자전거 이용자는 두세 명이었다. 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영훈 씨(35)는 “집이 공덕동이고 회사는 종로여서 자전거차로가 생긴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오늘 오토바이와 뒤엉켜 달리는 걸 보고는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 씨(28·여)도 “바로 곁을 달리는 차에 치일 것 같아 별 수 없이 인도에 바짝 붙어 달렸다. 과태료 부과 표지판이 서있었지만 오토바이들은 내 앞으로 갔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자전거 이용자는 “종로는 교통체증이 심해 평소 차에 ‘갇혀 있기’ 일쑤였다. 안전만 확보된다면 출퇴근길 고통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차량 운전자들은 대체로 불만이다. 지하철 종로3가역 부근 자전거차로에 소형 화물차를 세우고 짐을 내리던 김모 씨(45)는 “이 박스들을 봐라. 상가 앞에 차를 세우고 10분이면 나를 수 있는데 자전거차로가 생겼다고 먼 곳에다 차를 댈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자동차 운전자가 자전거를 양보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캠페인을 지속하겠다. 자전거차로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폐쇄회로(CC)TV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배준우 기자
#자전거전용차로#자전거#불법 주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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