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이중 주차에… ‘진화 골든타임’ 또 놓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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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아파트 일가족 화재사고
소방차 100m 앞서 진입 막혀… 소방대원들 호스 들고 뛰어
‘차량제거’ 개정 소방법 6월 시행

29일 초등학생 2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 때 소방 진입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 늘어선 주차 차량 탓이다.

30일 부산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부산 동래구 한 아파트 1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건 오전 5시 39분. 소방선착대는 신고 접수 약 4분 만에 아파트 단지 입구를 지났다. 불이 난 집은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안쪽에 있었다. 화재 현장을 약 100m 앞두고 소방차가 좌회전한 순간 이중 주차 차량 3대가 나타났다. 소방차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눈앞에 불길이 보이는 상황에서 주인에게 전화해 이동하거나 견인차량을 부를 시간도 없었다.

결국 소방대원들은 차량을 멈추고 소방호스를 꺼낸 뒤 들고 뛰기 시작했다. 소방 관계자는 “부산 도심에는 낡은 아파트 단지나 고지대가 많아 차량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미리 소방호스를 최대 20개 정도 연결해 놓는다. 이날은 거리를 계산해 소방호스 9개를 꺼내 소화전에 바로 연결했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천신만고 끝에 신고 접수 15분 만인 오전 5시 54분경 불을 껐다. 하지만 집 안에 있던 가족 4명은 이미 숨을 거뒀다.

소방차 통행을 가로막는 불법 주정차 해결을 위해 정부는 차량 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강제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소방기본법을 고쳐놓았다. 소방관이 요청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치울 수도 있다. 비용도 지자체가 지불한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를 계기로 이렇게 소방기본법이 개정됐다. 소방청은 올 1월 “앞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무관용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뀐 규정은 6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그때까지는 부산 화재 같은 상황이 언제 어디서나 또 일어날 수 있다.

한편 부산지방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숨진 박모 씨(45)와 박 씨의 세 아들(13·11·8세)의 사망 원인이 모두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자들의 기도와 폐에서 그을음이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연기 질식사 형태를 보였다. 사망 시점도 화재 발생 시간 이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 / 서형석 기자
#화재#주차#소방차#소방기본법#불법 주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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