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 112종합상황실에 걸려온 전화다. 상황실 직원은 “항공사에 직접 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건 A 씨는 막무가내였다. 같은 내용의 전화를 무려 13번이나 반복했다. 경찰이 끝내 항공권 예약을 해주지 않자 욕설을 퍼부었다. 112상황실의 긴급업무를 방해한 것이지만 A 씨는 처벌받지 않았다. 허위 신고만 처벌이 가능한 탓이다.
112가 등장한 지 올해 60년을 맞았다. 1957년 서울에 ‘112 비상통화기’가 설치된 게 처음이다. 119와 함께 대표적인 긴급전화로 자리 잡았다. 허위 신고와 악성 민원전화도 갈수록 늘고 있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1~9월 112에 접수된 전화 1440만 건 중 44%(639만 건)가 긴급신고와 무관했다. 상당수는 경찰이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는 생활민원성 전화다. “전기가 안 들어온다” “가스·수도가 끊겼다” 등의 전화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단골이다. “택시와 버스가 너무 안 잡히는데 순찰차로 집에 데려다달라” “공사 소음이 심해서 항의하려고 하는데 구청장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식의 황당 문의도 여전하다.
허위 신고도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허위 신고 건수는 2015년 2927건, 지난해 4503건, 올해 1~8월 3429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허위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이나 공무집행방해 등을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올해 4월 김모 씨(45)는 “사람을 찔러 죽이겠다” “휴대용 가스렌지가 폭발할 거 같다”며 1년 동안 1177번이나 112에 신고했다가 구속됐다.
2일 경찰청에서 열린 112 창설 60주년 기념식에는 ‘112를 도와주세요!’라는 문구가 걸렸다. 허위 신고와 악성 민원전화를 자제해 달라는 호소였다. 현재 전국 17개 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소속 750여 명이 매년 2000만 건의 신고 전화 처리를 맡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김성은 경위(43·여)도 그 중 한 명이다. 김 경위는 2014년 6월 전 남편에게 감금된 한 여성이 마치 딸에게 한 것처럼 가장해 건 112 신고전화를 받았다. “○○아 엄마야”라는 말 한마디에 위급상황을 판단한 김 경위는 진짜 딸인 것처럼 “내가 엄마 있는 곳으로 갈게”라며 통화해 전 남편을 안심시킨 뒤 장소를 파악했다. 김 경위 등 3명은 112 창설 60주년을 맞아 유공기념패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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