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교수 “하루 3문제씩 3주 풀면 우울증 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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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무료 앱 개발 허지원 교수
“타인의 행동 잘못된 점 찾다보면 자신의 문제도 객관적으로 보게 돼”

허지원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심리치료 애플리케이션(앱) ‘마성의 토닥토닥’의 사용법과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허지원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가 자신이 직접 개발한 심리치료 애플리케이션(앱) ‘마성의 토닥토닥’의 사용법과 치료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왔다. 허지원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37·여)가 개발한 앱 ‘마성의 토닥토닥’이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뇌인지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허 교수는 우울증 환자 마음을 움직이는 법을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단 한 명의 자살이라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허 교수는 2015년 8월 심리치료 앱을 만들기로 했다. 병원비가 부담돼 치료를 외면하는 사람들을 붙잡으려면 늘 쓰는 스마트폰 앱을 통한 심리치료가 제격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부족한 예산 등 각종 난관을 뚫고 지난달 중순 완성한 마성의 토닥토닥에는 여러 인지오류에 빠진 우울증 환자 사례들이 담겨 있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나 흑백논리로 재단하는 행동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객관식 문항으로 풀어보도록 했다.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반복해서 지적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매일 앱에 접속해 3문제씩 3주 이상 풀면 우울증이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는 자신의 상황을 잘못 인식해 처지를 비관하다가 그 같은 인식에 갇혀버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허 교수는 “환자 스스로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깨닫고 그 생각을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실험에 참여한 환자 17명 중 8명(47%)은 앱을 사용한 뒤 자살충동을 멈출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울증이 호전된 상태는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허 교수는 앱을 무료로 배포했다. 사회적 취약계층 가운데 우울증 환자가 많지만 시간당 8만∼12만 원의 진찰비가 큰 부담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사람들이 심리치료가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별로 없다고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상업 앱들과는 달리 전문 심리치료가 가능한 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이 앱이 다른 심리치료용 앱 개발로 이어지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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