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 계부 “성폭행 아냐” 말 바꾼 후 거짓말 탐지기 조사…심적 부담 못 이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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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25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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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계부 사망 사건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25일 강원도 영월 자택 앞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영학의 계부 A 씨(60)는 이영학의 아내인 최모 씨(32)를 2009년 3월 초부터 지난 9월 초까지 8년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에 A 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A 씨의 며느리 성폭행 혐의는 지난 9월 1일 최 씨가 영월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A 씨가 총기(엽총)로 위협하면서 성폭행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영학과 최 씨는 고소장을 제출한 지 닷새 만인 9월 5일 오전 5시께 추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에 경찰은 성폭행 관련 DNA 등 증거물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해당 증거물이 ‘A 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9월 21일 국과수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최 씨는 추가 피해를 신고한 지 하루 만인 9월 6일 오전 0시 50분께 서울 자택 5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A 씨는 당초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최 씨의 몸에서 자신의 DNA가 나온 사실이 확인되자 말을 바꿨다. 최 씨가 먼저 자신을 유혹해서 성관계를 가졌기에 성폭행이 아니라는 것.

A 씨 측은 이달 15일 채널A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영학이 강원도 영월 집에 갑자기 찾아와 아내를 남겨두고 어머니를 태워 나갔다 돌아왔는데 그 사이 최 씨가 잠을 자던 A 씨를 유혹했다고 주장했다.

A 씨 가족은 “(누가 올라와서) 잠결에 밀었다더라. 부인인 줄 알았는데 부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면서 “성폭행을 당해 소리를 지르면 옆방에서 ○○(A 씨 지인)가 자고 있는데 (알아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총기로 위협해 최 씨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농사 망치는) 짐승 때문에 그런 총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서 “사람 잡으려고 총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A 씨가 지난달 1차 조사에 이어 이달 12일 조사에서도 총기 위협 등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14일 A 씨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벌였다.

한편 경찰은 최 씨의 신고가 접수된 지난 9월 1일과 5일 고소장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A 씨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A 씨의 체포 영장을 세 차례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피해 진술의 신빙성 확보 등 경찰 수사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

이 과정에서 최 씨가 숨지자 경찰은 9월 8일 A 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A 씨가 소지한 엽총 등 총기 5정을 압수했다. 이 중 2정은 불법 총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9월 21일 국과수에서 DNA 결과를 통보받은 후 A 씨에 대한 체포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또 다시 경찰 수사의 보완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이달 14일 진행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내용 분석을 마치는 대로 A 씨에 대한 신병 처리를 검찰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었으나, A 씨는 25일 오후 1시 27분께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자신의 집 비닐하우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아내이자 이영학의 어머니인 B 씨(57)는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남편이 숨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A 씨가 며느리 성폭행 혐의로 조사받은 것 등에 심적 부담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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