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7만년 전 화산폭발이 몰고 온 기후 변화, 지금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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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 이곳의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1000㎦의 바위와 화산재를 분출하며, 이는 지구상에서 일어난 어떤 자연현상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DB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모습. 이곳의 초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1000㎦의 바위와 화산재를 분출하며, 이는 지구상에서 일어난 어떤 자연현상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DB
환경문제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광역성, 원인과 결과에 시간적인 차이가 생기는 시차성, 각 요소 간에 인과 관계나 의존성을 갖고 있는 상호의존성, 오염된 것은 회복이 어려운 비가역성의 특성을 보이고 있죠. 이런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환경문제 중 하나는 기후변화예요. 먼 옛날에 일어났던 자연현상에 의한 기후변화 중에는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던 사건이 있었어요.
○ 인류 탄생시킨 화산 폭발

아프리카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생물이 잘 번식하고 자연환경이 좋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지요. 그리고 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의 유전적 다양성이 굉장히 풍부해요. 흥미로운 것은 인류는 70억 명이 넘지만 아프리카인과 아시아인, 유럽인, 아메리카 원주민 사이의 유연관계는 다양하지 못하다는 사실이에요. 왜 이렇게 인류의 유전자는 다양하지 못할까요?

일리노이대 스탠리 H 앰브로즈(Stanley H. Ambrose)는 흥미로운 학설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약 7만 년 전에 대재앙을 겪어 수많은 인류가 목숨을 잃고 수백 명 정도만 아프리카에서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추측했죠.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인류는 다시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뚜렷하게 구분되는 전 세계의 53개 인구 집단으로부터 유전자 표본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약 6만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과 아시아로 퍼져 나갈 때 인류의 유전자 다양성이 갑자기 줄어드는 병목(bottleneck)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후 인류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동하는 길목이었던 베링육교 부근에서 또 한 차례의 커다란 진화적 병목 현상이 있었다고 밝혔어요.

큰 재앙이 무엇이냐는 게 쟁점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지구 전역에 걸쳐 일어난 이 대학살의 주범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인근에 있는 토바(Toba)라는 아주 거대한 화산으로 추정됩니다.

이것은 단지 가설에 불과해요. 가설을 사실로 증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당시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를 수거해 분석해 보는 방법일 겁니다. 실제로 연구진은 토바 화산 주변에서 토양 속 화산재를 채취했고 여기서 약 5000km 떨어진 인도 중부지역 3개 지점에서도 토양 속 화산재를 채취해 당시 어떤 식물들이 살았는지 조사했어요.

조사 결과 인도에서는 양치류가 줄어줄었고 땅을 덮었던 식물들이 줄어든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기후가 이전보다 매우 건조해졌다는 뜻이며 토바 화산 폭발로 그 전에 있었던 아열대 숲이 사라졌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재앙으로 매서운 추위가 계속 이어지고 태양은 약해져서 식물들은 죽어 나갔을 겁니다. 기후 조건이 열악해져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이 변변치 않게 되었으니 기근과 질병으로 소수만이 살아남았을 거예요. 학자들은 많이 살아남아 봐야 3000명을 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른 지역의 남아 있는 무리들끼리 협력해야만 했을 겁니다.

인류는 7만여 년 전에 멸종 위기를 넘겼지만 또 다른 위기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 밑에 있는 화산은 토바 화산보다 더 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에 가장 거대한 화산 분화구예요. 국립공원 지하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마그마가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옐로스톤은 60만 년을 주기로 폭발했는데, 최근에 폭발한 것은 약 64만 년 전이에요. 학자들은 옐로스톤이 폭발하면 토바 화산과 유사하거나 더 큰 충격을 지구가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이 화산이 폭발한다면 인류가 완전하게 멸종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해요.

○ 지금의 기후변화는 사람이 원인


현재 우리는 화산 폭발이 아니라 인류의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기후변화를 겪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빈발하고 있어 엄청난 재산 피해와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뉴스에서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입니다. 이 둘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따뜻해지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과거에도 반복됐습니다. 남극에서 채취한 빙하코어(극지방에 오랜 기간 묻혀 있던 빙하에서 추출한 얼음 조각)를 보면 몇 년 전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빙하코어에 함유돼 있는 가스에 이산화탄소와 메테인(메탄)의 함량이 얼마인지 분석해 보면 당시 기온을 추측할 수 있어요. 이산화탄소와 메테인은 지구를 따뜻하게 해주는 온실기체이기 때문에 그 양에 따라 지구의 기온이 달라집니다.

자연현상 때문에 기후변화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지구온난화는 인위적인 현상으로 그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태계 교란, 기상 이변 등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욱 심각해지면 토바 화산이 폭발할 때처럼 인류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대재난이 올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가 급격하게 오면 생태계는 교란되어 식량 생산이 줄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도시가 잠기는 등 인류가 살기 어렵게 됩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로 줄여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수종 상암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
#인류 탄생시킨 화산 폭발#기후변화#생태계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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