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도 서먹… 결혼이라도 해야 연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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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친척이란’ 1000명 설문… “편안한 존재” 9년새 32%P 급감

김모 씨(35)가 중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명절이면 집안 잔치가 열렸다. 김 씨는 부모 형제와 함께 큰집으로 향했다. 30명이 넘는 친척이 모였다. 차례가 끝나도 집에 가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김 씨 가족은 큰집에 가지 않는다. 그 대신 가족끼리만 명절을 지내기로 했다.

분위기는 10여 년 전 바뀌기 시작했다. 명절 때 모여도 차례만 지내고 자리를 뜨는 친척이 늘어났다. 남은 사람도 운전 때문에 오래 술잔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 지나니 사촌끼리도 서먹해졌다. 결혼이라도 해야 연락이 오갈 정도였다. 김 씨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성함과 연세마저 가물가물할 지경”이라며 “명절이 돼도 전화로 안부 정도만 물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척을 편안하게 느끼는 사람은 줄고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은 늘고 있다. 주간동아는 지난달 25∼27일 여론조사 기관인 폴리컴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친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휴대전화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같은 주제의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했다.

1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때는 56.2%만이 친척을 ‘편안한 존재’라고 답했다. 2008년에는 88.1%였다. 31.9%포인트나 급감했다. ‘친척이 불편하다’는 응답은 2008년 9.2%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2.9%였다. 친척의 범위는 좁아졌다. 혈족(血族)을 기준으로 ‘4촌 이내’(45.3%)만 친척으로 느껴진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8촌 이내라는 사람은 17.4%뿐이었다.

배수강 주간동아 기자 bsk@donga.com / 권기범 기자
#주간동아#친척#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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