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학생이 주도하는 ‘거꾸로교실’… 작은 변화가 공교육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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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필 미래교실네트워크 사무총장이 말하는 교육 혁신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우리나라에서는 ‘거꾸로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수업은 교사의 강의가 없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한 영상을 본 뒤 △토의·토론 △실험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 중심 수업에 참가하며 교과 지식을 ‘스스로’ 익힌다. 수업의 주도권이 교사가 아닌 학생에게 있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실험적인 수업’에 불과했던 이 수업은 어느덧 많은 교사에 의해 학교 현장에 실제 도입돼 운영된다. 이 과정에는 ‘미래교실네트워크’의 역할이 컸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거꾸로교실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에 감명을 받은 교사들이 직접 만든 교육 혁신 네트워크. 미래교실네트워크의 운영을 총괄하는 정찬필 사무총장은 “수업의 주도권을 내주는 작은 변화만으로도 무너진 공교육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교실네트워크 소속된 교사들은 1만6000여 명. 이들은 동료 교사들에게 수업 방식과 운영 노하우를 전하는 각종 수업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거꾸로교실을 확산시킨다. 정 사무총장은 “거꾸로교실은 나와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자신의 수업 경험을 전하는 ‘동료연수’ 형태로 전파되기 때문에 처음 도전하는 교사들도 쉽게 도전할 수 있어 실패 위험이 적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의 성공 사례가 누적되면서 미래교실네트워크는 더 많은 교사가 거꾸로교실에 도전할 수 있도록 교육출판기업 미래엔과 함께 올해 초 과목별 ‘거꾸로교실 지도서’를 제작했다. 거꾸로교실 매뉴얼이 마련된 것이다.

최근 미래교실네트워크는 또 다른 차원의 교육 혁신을 준비 중이다. 학교 현장에서 많이 시도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문제기반학습)에 거꾸로교실을 접목한 새로운 수업 모델을 연구·개발하는 것.

정 사무총장은 “현재 학교 현장에서 시도되는 PBL은 교사가 먼저 문제와 해결 방향을 수립한 뒤 그 방향으로 학생들을 유도·통제하는 방식”이라면서 “진짜 문제해결역량을 기르려면 문제를 찾는 단계부터 해결까지 모든 과정을 학생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수업 모델 연구에 참여한 세종시의 한 중학교는 학교 주변 투명 방음벽에 새가 부딪혀 죽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을 학생 주도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수학 시간에 배웠던 삼각함수나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활용해 방음벽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을 측정한 뒤 ‘버드세이버’ 스티커 부착 방안을 고안하고, 국어 시간에 배웠던 지식을 활용해 시청에 청원서를 쓴 것.

정 사무총장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활용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문제해결역량을 키운다”면서 “미래교실네트워크는 이 수업 실험의 결과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정립한 새로운 ‘PBL 모델’을 발표하는 워크숍을 연말에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정찬필#미래교실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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