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더 공부하면 남편 직업 바뀌고, 네 얼굴이면 공부 열심히 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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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22일 0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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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페이스북
사진=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페이스북
‘10분만 더 공부하면 남편의 직업이 바뀐다’, ‘내가 네 기억력이면 차라리 수영을 배워서 금붕어인 척 할래’ 등의 문구가 새겨진 상품을 판매한 업체에 대해 19일 광주 인권단체가 소비자를 상대로 성별·학력·외모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판매 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22일 “표현의 자유보다는 차별적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돼 이런 진정을 넣게 됐다”며 진정서를 제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박고 씨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은 유행이나 개성 있는 문구들에 관심이 많다 보니 (자극적인 문구가 쓰여 있는) 상품들에 많이 노출되고 구입하고 있는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 인권단체들은 지난 2015~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이러한 차별과 입시를 조장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에 대해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한 바 있다.

박고 씨는 “(과거 진정서 제출 당시) 특정 업체에서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냐며 이메일을 보냈다”며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생각해 올해는 대대적으로 온·오프라인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고 씨는 조사 결과에 따라 총 4군데 업체, 총 51건의 문구 상품에 대해 인권위에 판매 중단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 중에는 ‘개같이 공부해서 정승같이 살아보자’, ‘기억은 개똥같지만 참 긍정적인 아이 너란 아이 짱짱짱’ 등 입시를 조장하고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문구가 쓰인 제품들도 있었다.

아울러 ‘네 얼굴이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 ‘얼굴이 고우면 공부 안 해도 돼’등 성·외모 차별적 문구를 앞세운 제품과 ‘대학가서 미팅할래 공장가서 미싱 할래’ 등 노동자를 비하하는 문구를 통한 학력·직업 차별을 조장하는 제품도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이런 문구가 쓰인 상품을) 좋아하니까 잘 팔린다”며 “학생들은 (이미) 다 쓰고 있다는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참 막막하다“라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상품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웃자고 한 걸 죽자고 달려드네” 등 판매 중단 진정서 제출은 너무 과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박고 씨는 “내부에서도 그런 혼란이 있었다”면서도 “10분만 공부하면 정말 아내 얼굴이 바뀔까? 남편의 직업이 바뀔까? 그것은 과장 광고이자 거짓 광고이며 현실과도 맞지 않는 광고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고 씨는 “(이러한 문구가 아이들에게) 그릇된 혐오의식이나 차별의식을 가르쳐준다고 하면, (아이들이 그릇된) 차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서게 됐다)”라며 진정서 제출의 의도를 거듭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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