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 ‘주목’의 운명 어떻게 되나

  • 동아일보

홍준표 지사 시절 ‘채무 제로’ 식수, 시민단체서 제거 요구해 도청 난감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채무제로를 기념해 심은 주목. 시민사회단체는 이 나무를 뽑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채무제로를 기념해 심은 주목. 시민사회단체는 이 나무를 뽑아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슬픈 주목(朱木).’

‘살아 천 년, 죽어 백 년’을 간다는 끈질긴 생명력의 주목이 ‘갈 길’을 잃었다. 경남도청 정문 근처의 40년생 주목(사진)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흔적’이다.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있던 지난해 6월 ‘채무 제로(0)’를 기념해 심은 나무다. 당시 그는 “다음 도지사가 빚을 내려면 이 나무를 뽑지 않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처음엔 사과나무를 심었으나 적응하지 못하자 4개월 뒤 주목으로 바꿨다. 다시 상태가 나빠지자 4월 다른 주목으로 교체했다.

홍 대표가 도지사직을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자 이 주목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채무 제로는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 중단, 통일협력기금으로 이룬 것”이라며 “도민의 세금으로 관리하는, 경남의 상징 ‘낙도(樂道)의 탑’을 가로막는 주목을 마땅히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5일 나무 앞에 ‘채무 제로, 제대로 알면 자랑이 아니다’라고 적은 팻말을 세웠다. 또 춘향전에서 이몽룡이 변 사또의 학정을 비판하며 읊은 시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을 인용해 ‘홍준표의 자랑질은 도민의 눈물이요…’라는 시도 적어 표석 앞에 세웠다.

경남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일단 시간을 두고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시민단체의 팻말은 ‘의사 표시’로 간주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조선 영남유림의 거목인 남명 조식 선생이 ‘대장부의 이름은 사관(史官)이 책에 기록해 두고 넓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야지, 돌에 이름을 새겨 후세에 전하려는 것은 구차하다’고 꾸짖은 것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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