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여름은 ‘살인 더위’로 유명하다. 봄부터 40일간 이어지는 ‘그레이트 샤멀(고온건조한 모래 폭풍)’이 6월 평균 최고기온을 39.5도(1984~2009년)까지 올려놓기 때문이다. 13일 한낮 경북 경주는 39.7도로 6월 두바이보다 더웠다. 서울(32.1도)과 대전(32.9도)도 더웠지만 경북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영천(38.9도), 밀양(37.1도), 대구(36.9도)에서는 “헤어드라이기의 더운 바람을 얼굴에 쏘이는 것 같다”는 탄식이 나왔다.
이처럼 경북 지역에 집중해 살인 더위가 온 것은 장마기간 중 비가 덜 왔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후 대구에 내린 비는 13.1㎜로, 서울(393.5㎜)과 홍천(432.5㎜)보다 턱없이 적었다. 이 때문에 지표면과 대기가 건조했고, 강한 일사(日射)에 금세 달아올랐다는 것이다. 습도가 낮으면 열기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지만 기온이 쉽게 오르고 떨어진다.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도 한몫했다. 부산(178.1㎜) 광주(97.3㎜) 등에선 바닷바람이 열을 식히거나 탁 트인 평야로 더운 공기가 빠져나갔지만 경북 내륙에선 소백산맥 타고 넘어온 고온건조한 바람이 갇혀 그대로 ‘가마솥 더위’로 이어졌다.
14일도 경북 경주의 한낮 기온은 36.2도로 무더위가 이어졌고, 영덕은 37.9도까지 올랐다. 서울(34.9도)과 대전(34.5도)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렸다.
15일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서울 경기에서 오전 중 비가 시작돼 낮에 전국으로 차차 확대된다. 특히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함께 천둥과 번개가 치거나 시간당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도 있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28~34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