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막은 구청 의료급여관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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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대상자 찾은 해운대구 김수임씨… 홀몸 노인 요양병원 옮겨 위기 넘겨

구청의 의료급여관리사가 고독사 위기에 처한 홀몸노인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평소 의료급여수급권자(의료보호대상자)에 대한 관심과 직업의식이 생명을 구했다.

9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주민복지과 소속 의료급여관리사인 김수임 씨(50·여)는 지난달 29일 오후 5시경 해운대구 중동의 주택가를 찾았다. 자신이 담당하는 의료급여수급권자와의 상담을 끝낸 김 씨에게 또 다른 대상자인 하모 씨(69)의 얼굴이 떠오른 것. 하 씨는 천식과 폐질환으로 10여 년 전부터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고 연락이 닿는 혈육도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최근 의료이용 내역을 파악하면서 5월 중순 퇴원한 뒤 다시 입원하지 않은 하 씨의 근황이 궁금했다.

쪽방 문을 열자 참담한 광경이 펼쳐졌다. 병원에 있어야 할 하 씨가 쪼그려 앉아 시퍼런 입술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온갖 잡동사니로 꽉 찬 방에 먹을 것이라곤 없었다. 김 씨는 하 씨에게 물을 주며 응급조치를 한 뒤 안정을 되찾자 병원에 입원하라고 권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하 씨를 뒤로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 김 씨는 내내 불안했다.

다음 날 오전 해당 주민센터 사회복지담당자에게 하 씨의 처지를 알렸다. 기력이 약해진 데다 인지능력마저 떨어져 스스로 병원을 찾지 못했던 하 씨는 이 사회복지담당자의 도움으로 곧바로 기장의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하 씨는 병원에서 천식 치료를 받고 영양식을 먹으면서 기력을 많이 회복했다.

김 씨는 9일 “당연히 병원에 있는 줄 알았던 하 씨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방 안에 누워 있는 걸 보고 기본적인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에는 홀몸노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해운대구에서 의료급여관리사로 10년째 일하고 있다. 김 씨를 비롯한 3명의 의료급여관리사가 담당하는 의료급여수급권자는 1만4000명에 이른다. 부산 전체에서는 의료급여관리사(무기계약직 또는 기간제) 45명이 14만여 명을 관리한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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