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동해안 심층수’ 세계해양학계서 주목…국내 유일무이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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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학생들이 학교 인근 동해에서 해양심층수를 표집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학생들이 학교 인근 동해에서 해양심층수를 표집하는 실습을 하고 있다.
시중 마트 같은 곳에서 생수를 고르다가 ‘해양심층수’라고 쓰여 있으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한 청정 음용수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해양심층수는 그리 단순한 물이 아니다. 태양광이 거의 미치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바닷물을 가리킨다. 오염된 지표수나 지하수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만큼 깨끗하고 맛도 좋다. 그래서 ‘생명의 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해양심층수학과’ 하면, 일반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달랑 해양심층수 한 분야만으로 학과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어재선 학과장은 이는 정보 부족과 편견에서 나온 오해라고 잘라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해양심층수 개발이 먹는 물에 치중한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다. 해양심층수 산업화가 다양한 일본은 관련 제품만 1000종이 넘고 시장 규모만 4조 원에 이를 정도로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보다 늦게 해양심층수 시장에 뛰어든 대만만 해도 400여 종의 제품에 5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우리나라만 각종 규제 때문에 아직 50여 가지 제품에 300억~400억 원 규모에 지나지 않는다. 해양심층수는 육지에서 사용하는 석유만큼이나 귀한 국가 자원이다. ‘마실 수 있는 물’ 정도가 아니라 매우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수 있다.

심층수에서 염분만 제거한 탈염수, 염분농도를 높인 농축수, 유기물과 염분을 완전히 제거한 담수, 염분과 미네랄 성분만 농축시킨 미네랄염수 등은 화장품, 의약품, 식품, 건강식품, 세정제, 얼음, 농수산 분야에 무한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해양심층수 분야는 2000년대에 들어 국책사업으로 지정됐고, 미래 한국의 청정자원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해양심층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나라는 아직 많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대만·노르웨이 정도가 해양심층수를 개발해 자원화·산업화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나라마다 연안 지역의 지형과 온도 등에 차이가 있어 심층수의 상태도 다르기 때문이다.

강원도 동해안의 고성군에 있는 경동대가 국내에서는 유일무이하게 해양심층수학과를 만든 것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결과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서해안과 남해안은 평균 수심이 깊지 않아 해양심층수를 개발하기가 불가능하지만, 동해안은 수심 200m 이하인 바다가 넓어 해양심층수의 보고(寶庫)라고 할 만큼 양이 방대하고 품질도 우수하다. 어 교수는 세계해양학계에서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심층수를 ‘동해 고유수’라고 하여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해는 폐쇄적인 바다 지형상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바다보다 평균 수온이 낮다. 이는 살아 있는 상태의 어패류를 축양(畜養)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동해의 해양심층수는 보세창고처럼 살아있는 어패류를 임시 보관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또 동해 고유수는 어느 해양심층수보다 용존산소량이 풍부해 물이 신선하고 건강하다. 강원도 속초와 고성 일대는 가까운 바다에서 바로 품질 좋은 해양심층수를 취수할 수 있어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경제적 이점도 있다. 이런 조건들이 우리나라 해양심층수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밝게 한다.”

어재선 교수는 해양심층수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다. 16년간 일본 도쿄대 해양연구소 등에서 해양심층수 연구를 해오다 2005년 경동대가 해양심층수학과를 만들자 교수로 부임했다.

동해라는 천혜의 혜택을 기반으로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는 다른 대학이 넘볼 수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다. 그래서 이 학과의 목표도 분명하다. 어 교수는 “활용 가능성이 무한한 해양심층수의 기술 개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면서, 해양심층수를 다양한 산업분야와 연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과의 재학생은 대부분 학과에 흥미를 갖고 입학한 학생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 해 30명 정도의 신입생을 뽑는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출신이 많다. 졸업을 앞둔 정유선씨(4학년)는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학과라는 타이틀에 호기심이 생겨 해양심층수학과를 선택했는데 해양심층수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공부해 가면서 확실한 미래 비전을 갖게 됐다. 해양심층수라는 미래자원으로 신산업 창조의 선도자가 되는 것이 비록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심층수를 활용해 1차 산업 상품을 고부가가치의 상품으로 탈바꿈시킨 예도 있다. 경동대 산학협력단은 어재선 교수의 지도 아래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해풍 건조 명태 브랜드 개발 연구용역’을 맡았다. 사업단은 해양심층수에 적셨다가 명태를 건조했다. 이렇게 만든 명태는 다른 제품보다 나트륨과 마그네슘, 인, 회분 등의 함량이 높았다. 고성군은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해풍건조 명태브랜드를 ‘고성태’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어 교수는 “심층수에 적셨다가 건조시켜 보니 생선 조직이 물러지지 않고 육질도 좋아져 북어의 풍미가 살아났다. 마그네슘, 칼슘, 인 등의 성분함량도 높아 웰빙식품으로 적합하다. 안동 간고등어, 포항 과메기처럼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고성태’가 브랜드로 정착되면서 강원도 일대에서 사라진 명태 덕장이 고성에 10개나 생겨났다. 주민들의 겨울철 일자리 창출과 관광객 유입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4년에는 해양심층수가 미래성장 산업임을 ‘공인받는’ 상징적인 일도 있었다. 경동대 해양심층수학과 교수진이 참여한 ‘해양심층수 융복합학과’가 농수산식품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중소기업청 계약학과로 선정된 것. 계약학과는 농수산식품 관련 기업체 근로자들을 위한 야간 학과인데, 계약학과로 지정되면 중소기업청에서 등록금의 65%를 지원하고 나머지 35%는 해당 기업체 혹은 직원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싼 학비로 공부를 할 수 있다. 계약학과에는 일반 학생들이 지원할 수 없지만, 해양심층수 분야에 대한 기업의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어 교수는 “일반 학생들을 위해서는 입학하자마자 기업체의 지원을 받으면서 공부하고,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취업을 하는 채용형 계약학과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4학년 김근형 씨는 강원심층수(대교그룹사)에서 인턴십 과정을 거쳤는데 졸업 후 이 회사에 입사하기로 내정된 상태다. 김 씨는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웰빙식품 분야의 선도자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이 학과는 학생들이 졸업 후 곧장 취업이 가능하도록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인재로 양성하고 있다. 1, 2학년 때는 해양의 기초 지식과 환경, 해양심층수학개론 등 해양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해 기초를 다지고, 3, 4학년 때는 산업체 관련 현장 실습과 인턴십 과정 등을 통해 실무 역량을 키우고 있다.

국내 유일의 해양심층수 학과이다 보니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 산학협력의 대상이자 취업처이기도 하다. 강원심층수(대교그룹사), 글로벌심층수(대한제분그룹사), 울릉도심층수(대아그룹사), 고성군과 울릉군 등의 해양심층수 생산업체, CJ, 롯데칠성음료, 진로, 석수와 퓨리수, 일화, 금복주, 풀무원, 광동제약 등이 학과의 든든한 후원자다.

학생들은 수질환경기사, 해양자원개발기사, 수산양식기사, 수산제조기사, 해양공학기사, 해양생산관리기사, 해양환경기사 등의 자격증도 딸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졸업 후에는 해양수산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립해양조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정부기관과 연구소, 해양 및 항만공사 건설 업체, 화장품, 제약, 식품, 음료, 수산관련 기업체 등에 취업할 수도 있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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