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하나의 집, 난민은 우리 식구 문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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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장
“층간소음 심한 지구라는 집 거주, 난민들 한국 정착에 도움줘야”
수단 출신 난민 아담씨 “한국서 제2 인생 살고 싶어… 언젠간 고국 돌아가 학교 지을것”

한비야 씨(오른쪽)와 수단 출신 무함마드 아흐마드 아담 씨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나 함께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비야 씨(오른쪽)와 수단 출신 무함마드 아흐마드 아담 씨가 18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나 함께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한비야 씨(59)가 갑자기 탁자 위 하얀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잠시 뒤 종이 속에 6층짜리 집이 만들어졌다.

“세상은 하나의 ‘지구 집’이에요. 옆집 창문이 깨져서 비바람이 몰아치고 벌레가 나오면 언젠가 내 집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도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입니다.”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앞두고 18일 서울 영등포구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만난 한 씨는 “난민 문제도 곧 우리의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는 ‘바람의 딸’ 한 씨는 2015년과 2016년 터키에 있는 시리아 난민촌을 방문했다. 그는 “교육받지 못한 채 방치된 아이들과 일하지 못하는 젊은이를 목격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대부분 자신의 현재 상황을 믿지 못했어요. 그들 역시 직업을 갖고 살던 평범한 생활인이었습니다. 난민이라는 프레임을 벗고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날 한 씨 옆에는 수단 출신의 무함마드 아흐마드 아담 씨(31)가 함께 자리했다. 그 역시 난민이다. 아직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은 받지 못했다. 아담 씨는 “난민들은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며 “한국 생활이 낯설지만 난민에게 관심을 쏟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7년 전만 해도 아담 씨는 수단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엘리트였다. 평범했던 일상은 북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고향 마을이 내전에 휩싸이며 바뀌었다. 열악한 고향 상황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강연회와 토론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반정부 인사로 낙인찍혔다. 이후 수차례 투옥돼 고문까지 받은 아담 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2011년 3월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상황도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아담 씨는 난민 지위를 받기 전에 혹여 문제라도 생길까 봐 8개월간 집 밖에 나오지 않았다. 행여 시비에 휘말리거나 꼬투리를 잡힐까 생필품을 구입할 때도 밤에만 몰래 다녔다. 하지만 아담 씨는 수년째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난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난민 인정을 받은 뒤 모국에서 배우고 익힌 경험과 지식을 한국에서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아담 씨는 “다른 난민을 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난민에 대한 인식이 조금만 나아진다면 이들이 한국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비정부기구(NGO)인 ‘피난처’와 함께 수단 내전 상황을 국내에 알리고 있는 아담 씨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 도움으로 내가 다시 일어선다면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배우지 못한 어린이를 위해 학교를 세우겠다”며 활짝 웃었다.

아담 씨의 설명을 귀담아듣던 한 씨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당당히 꿈을 이뤄 다른 난민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며 “아담이 한국 사회의 보통 사람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가 세계시민의 눈으로 그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난민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에 우려를 나타낸 한 씨는 “미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지구라는 하나의 집 안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한비야#난민#세계 난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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