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목 “자사고 폐지, 선호하는 일반고 생겨 또 다른 서열 만들 것”

오세목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장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이 13, 14일 서울과 경기 지역의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자사고 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23개 자사고 교장 모임인 서울자사고교장협의회 오세목 회장(중동고 교장·사진)은 “고교 서열화를 해결하려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꾼다는데, 이는 또 다른 ‘변형된 서열화’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 먼저 자사고 폐지를 발표했는데….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많은 국민이 공교육에 실망해 조기 유학 붐이 일고 있을 때 자사고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교육이 획일화돼 있어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자사고가 탄생했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서울도 이달 말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와 자사고 로드맵을 발표한다.

“2년 전 3개 학교(경문고 세화여고 장훈고) 재평가를 하겠다고 했다. 이건 평가 지표를 보완하도록 노력하란 뜻이었지, 2년 후에 지정을 철회한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자사고 제도를 도입하면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5년마다 점검하라고 명시한 것은 학교가 파행 운영되면 지정 취소하라는 얘기지, 폐지를 위한 도구로 쓰라는 건 결코 아니었다.”

―현재 자사고 폐지 논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당장 학교는 신입생 모집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폐지하겠다고 하면 학교 학생 학부모 모두 큰 혼란에 빠진다. 폐지의 논리도 근거가 부족하다. 고교 서열화는 일반고에도 있다. 자사고 폐지는 선호, 비선호 일반고를 만들어 또 다른 서열을 심화시킬 것이다. 서울 자사고는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만큼 신입생 선발 시 성적을 전혀 안 본다. 면접으로 인성을 보고 뽑는데 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서울의 자사고가 유지돼야 한다는 근거는….

“서울 광역 단위 일부 자사고는 기숙사를 통해 사교육 흡수 역할도 한다. 등록금이 좀 비싸더라도 사교육 없이 학생을 믿고 맡기도록 한다. 서울 시내 자사고는 거점 학교 형태로 운영돼 학생이 강남 8학군으로 몰리는 현상도 완화시킨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건가.

“2년 전 자사고 지정 취소 이야기가 나올 때 3개 학교 학부모들이 교육청 앞에서 격하게 항의했다. 조만간 자사고교장협의회도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왜 없애야 하는 건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