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동거男에 맞아 실명 5세… “엄마 걱정해 고통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3개월간 폭행에 두개골 등 골절… 학대한 20대와 방치한 엄마 구속

1일 낮 12시 광주지법 목포지원 101호 법정. 소아외과 전문의인 한석주 연세대 의대 교수(58)가 증인석에 앉았다. 한 교수는 2008년 12월 성범죄자 조두순에게 성폭행당한 나영이(가명·당시 8세)의 주치의다. 피고인석에는 최모 씨(35·여)와 동거남 이모 씨(27)가 있었다. 한 교수는 의료기록을 보며 A 군(5)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러자 이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최 씨는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A 군은 최 씨의 친아들이다.

앞서 검찰은 올 2월 이 씨와 최 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 씨는 지난해 7월 말부터 약 3개월에 걸쳐 A 군을 학대해 숨지게 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다. 최 씨는 안면골절이 생긴 아들을 방치해 실명하게 만든 혐의(아동학대중상해)다.

4일 광주지검 목포지청과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목포의 한 술집에서 만난 뒤 최 씨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이 씨의 잔인한 폭행은 7월 27일 시작됐다. 이 씨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찜질용 얼음주머니로 A 군의 온몸을 때렸다. 또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이 씨의 체격은 키 180cm, 체중 80kg. A 군은 키 110cm, 체중 20kg 남짓이다.

최 씨가 집을 비운 틈을 타 이뤄진 이 씨의 학대는 8차례. A 군은 두개골과 팔다리가 골절됐고 한쪽 고환이 손상돼 제거 수술을 받았다. 특히 안면골절 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돼 왼쪽 눈까지 실명했다. 10월 말 병원에 실려 온 A 군을 처음 살펴본 의료진은 “A 군의 몸에서 피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군의 진료기록을 확인한 결과 연쇄 학대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군을 학대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폭행은 맞지만 골절 등은 넘어지거나 계단에서 굴러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도 “학대 사실을 몰랐고 돈이 없어 큰 병원에 데려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 군은 경찰 조사에서 “삼촌(이 씨)이 때렸다”는 말만 반복했다. 반면 최 씨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전남경찰청 김모 경장(36)은 “A 군은 학대당할 때도 엄마를 걱정해 비명을 지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A 군이 엄마에게서 떨어지는 걸 걱정해 고통을 참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7월 3일 열린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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