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원 vs 18만원… 마스크도 양극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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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나쁨’ 날씨 이어지자 개당 2000원 보건용 마스크값 부담
효과 적은 50개 1000원 중국산 인기… 일부선 고가 외국제품 사용도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마스크 가격이 부담된다’고 하소연하는 사람이 많다. 6일부터 중국발 황사로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가 수일째 기승을 부리면서 매일 마스크를 쓰고 외출해야 하는 탓이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감기, 천식, 폐암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이고 심혈관계 질환, 안구 및 피부 질환 등에 걸릴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작은 미세먼지를 제대로 차단하려면 미세먼지 전용, 즉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식약처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평균 약 0.6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다. KF94는 0.6μm와 0.4μm의 미세먼지를 94% 이상 걸러낸다는 의미다. 반면 공산품인 방한용, 방진용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높지 않다.

문제는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있는 보건용 마스크 가격이 개당 2000원 내외에 달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회용이기 때문에 재사용 시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회사원 강태호 씨(43·경기 고양시)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2만 원어치 10개 구입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 다 사용했다”며 “일회용인 걸 알지만 아이들에게 한 번 새 제품을 쓰면 3, 4일은 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이 하루 1개씩 사용할 경우 일주일에 5만6000원, 한 달이면 20만 원가량 드는 셈. 현실적으로는 최대 이틀 정도 사용한 뒤에는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가격 부담 때문에 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일반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개당 20원씩 50개를 묶어 1000원에 파는 중국산 마스크가 인기일 정도다. 반대로 고가 외제 미세먼지 마스크를 찾는 사람도 있다. 영국산 마스크 ‘프레카 플로우’ 가격은 18만 원을 넘는다.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미세먼지를 마시는 양은 부모의 경제력과 반비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공기청정기 역시 삼성, LG 등 국내 제품은 50만∼100만 원 이상, 주부들이 선호하는 ‘아이큐에어’ ‘블루에어’ 등 해외 제품은 수백만 원에 달한다. 빈부 격차에 따라 호흡기 건강도 차이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한반도 상공에 대기 확산이 원활해지면서 10일에는 전국 모든 권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보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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