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들은 수업 파일 1개에 5000원”… 강의 녹음까지 사고파는 캠퍼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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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 앞두고 불법매매 성행…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글 수두룩
학점 제일주의에 윤리의식 잃어


대학생 김민정(가명·23) 씨는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져 음성 파일 20여 개를 구했다. 모두 교수의 강의 내용이 녹음된 파일이었다. 김 씨가 개인 사정 때문에 결석한 수업들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금액은 대부분 파일 1개당 5000원 안팎. 전체 구입비만 10만 원이 넘었다. 일부는 현금 대신 커피 등 모바일 상품권을 대신 보냈다. 김 씨는 “학점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필기나 강의 내용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차라리 돈 주고 사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중간고사 기간을 맞아 인터넷의 각 대학 커뮤니티에는 강의 녹음 파일을 구한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이화여대 학생 커뮤니티 ‘이화이언’에는 최근 한 달 동안 강의 녹음 파일을 사고파는 글이 190개 넘게 올라왔다. 같은 기간 고려대(38개), 연세대(11개), 서울대(5개) 등에도 매매 글이 이어졌다. 대부분 수업에 빠졌다가 시험 준비 때문에 급하게 강의 내용을 찾는 학생들이다.

판매자는 보통 복습을 위해 강의 내용을 녹음했다가 매매를 원한다는 글을 보고 응한다. 결석한 강의가 아니라 앞으로 참석하지 못할 수업의 강의를 녹음해줄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회 수업 분량의 파일 1개 가격은 5000원 안팎. 학점 경쟁이 치열한 전공과목의 경우 가격이 2배로 오르기도 한다. 판매자는 e메일이나 카카오톡 음성파일 전송을 통해 전달한다. 시험 때마다 녹음 파일을 구매하는 대학생 최모 씨(23)는 “시험공부가 목적이고 고마움의 뜻에서 약간의 사례만 한 것이라 크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의를 녹음해 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한 저작권법 위반이다. 저작권자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 배포권 등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다. 개인적 필요에 의해 교수의 동의를 구하고 강의를 녹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로 인해 금전적 이득을 보게 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7일 “저작권 윤리는 상식의 문제”라며 “성취 만능주의 탓에 학점을 잘 받아야 한다는 강박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하경 기자
#대학#강의#녹음#불법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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